이재명의 안타까운 ‘갈지자’ 행보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9-07 1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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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갈지자 행보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무리 유력 대권 주자라고 해도 친문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주류 인사는 그 한계가 있다. 좁은 땅이다. 이 지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지사는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 따른 분열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내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러자 당내 친문계 의원들이 발끈했다.


이 지사와 '보편·선별 지급' 설전을 벌여 온 신동근 최고위원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기계적으로 균등하게 주는 것은 공정도 정의도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이게 가진 자의 논리가 될 수 있고 불평등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 대변인을 지낸 송갑석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본인의 어떤 주장과 관련해서 좀 과하게 나온 지점들을 국민이 어떻게 또 바라볼 것인지, 이 지사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극성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들은 민주당 게시판에 이 지사에 대한 성토의 글을 쏟아냈다.
한 권리당원은 “이재명을 제명해 주세요. 당과 정부에 해당(害黨) 행위를 하고 있네요.”라며 이 지사의 ‘제명’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당원은 “감성팔이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고 꼬집었고, 이 외에도 “생각 없이 말하는 주둥이가 문제”, “드디어 탈당하냐”는 등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이 지사는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오로지 충심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통해 “나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 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의 견해를 얄팍한 갈라치기에 악용하지 말라. 이는 변함없는 나의 충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내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작심 비판했다가 “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르겠다”며 “이는 변함없는 나의 충정”이라고 말을 바꾸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반나절에 불과했다.


그 모습은 최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을 주장했다가 당 주류의 반발에 거세지자 곧바로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던 것과 너무나 닮았다.


실제로 이 지사는 지난 7월에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와 관련해 “공천하지 않는 게 맞는다”며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 친문 지지층에서 비판이 커지자 고작 이틀 만에 “무공천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꿔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러면, 이 지사는 왜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일각에선 이 지사가 전략적으로 ‘치고 빠지기’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정 지지도 추락으로 이미 레임덕에 들어선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국민 여론전에서는 포인트를 올려놓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친문 성향의 당원 지지를 얻기 위해선 다시 고개 숙이는 전략을 반복적으로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런 전략으로 이 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대선 경쟁자인 이낙연 의원과 양강구도를 형성할 만큼, 지지율이 급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갈지자 행보가 계속해서 반복될 경우, 국민은 이재명 지사를 ‘양치기 소년’으로 규정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셈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그런 정치인은 설사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 지사의 갈지자 행보는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 국민만 보고 가든지, 아니면 친문 당원을 보고 가든지, 양자택일(兩者擇一)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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