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에 찍히면 뜬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11 14: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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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친문(親文, 친 문재인)에 찍히면 뜬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이다.


우선 윤석열 총장을 보자.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윤 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높았다. 이 대표는 22.2%로 2위, 이 지사는 18.4%로 3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윤 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조사대상에 포함된 이후 처음이다.


정말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아닌데, 윤 총장의 존재감이 이처럼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친문’에 찍혔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실제로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친문 진영 의원들과 충돌하면서 야권주자로 부상했다. 결과적으로 친문 의원들의 공세가 윤 총장을 대권 주자로 키우는 밑거름인 셈이다.


이날 한 방송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그렇다.


그는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의혹에 대해 "교육과 병역은 국민 역린"이라며 사과했다가 강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는데, 그것이 원인이 되어 그의 몸값은 급격하게 치솟았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처럼 친문 지지자들의 공세가 박 의원을 대선주자급으로 키워주는 도우미 역할을 한 셈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인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 기권표를 던지면서 역풍을 맞았던 금태섭 전 의원도 흡사하다. 


그는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등 온갖 모욕적인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들의 공세로 21대 총선 당시에는 자신의 지역구 경선에서 패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올해 5월에는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공수처법 기권은 '당론 위배'라며 경고 징계받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결국, 그는 "생각 다른 사람을 윽박지르고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민주당을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그의 주가가 치솟더니, 곧바로 야권의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다.


친문에 찍히면서 주가가 오른 사람들은 이들 외에도 상당히 많다.


정치권으로부터 '제2의 윤석열'로 평가받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례 역시 비슷하다.


국회가 작년 9월 '월성 1호기' 원전에 대한 폐쇄 타당성 조사를 감사원에 청구했고, 최 원장은 감사 마무리 기한(올해 2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배경으로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어 폐쇄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감사위원들의 시도를 제지하는가 하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친문 의원들이 곧바로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그는 단숨에 야권 대선주자급으로 주목받게 됐다.


이는 국민이 ‘친문’이라는 강성 세력의 독주를 그만큼 싫어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등 보수 야당 대선주자들이 뜨지 못하는 것은 그들 역시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국민은 아프다.


무슨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닌데, 단지 특정 세력에 찍혔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비중이 커지는 이런 현실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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