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고독사, 외로운 죽음의 경계에서 이웃을 지키자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08-19 14: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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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이우경

연일 폭염이 이어지던 어느 한 여름날 밤,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다세대 주택. 나는 근무 중 또 한 번 한 시민의 쓸쓸한 마지막을 마주해야 했다. 홀로 살던 50대 중반 남성의 고독사였다. 언젠가 스치듯 지나가며 마주했을 수도 있을 우리의 이웃이다.

고독사는 흔히 주변과 철저히 단절돼 홀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고 3일 이상이 지난 후에 발견되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비슷한 맥락을 함께하는 무연고 사망자라는 말이 있는데, 흔히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시신 양도를 포기한 사망을 말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3년 기준 1271명에서 지난해 2549명으로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거 고독사나 홀로 외로이 맞이하는 죽음은 주로 고령의 노인들에게 주로 일어나는 비극이었지만, 최근에는 홀몸노인 뿐만 아니라 청장년층 등 젊은 연령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20%가 50대 남성이었을 만큼, 그 수는 점차 더 증가하는 추세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 앞에는 늘 취업 절벽, 고용불안, 비정한 가족, 빈곤, 경기 침체 등이 함께 죽음의 이유로 묶인다. 인구 고령화에 더해 1인 가구의 증가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이기 이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경찰 2년차에 접어든 나는 현재 일선 지구대에 몸담고 있으면서 누구보다 죽음의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죽음은 고독사가 아닐까 한다. 물론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만 예기치 못한, 불가항력적인, 갑작스러운 이별보다야 고독사야 말로 막아볼 수 있는, 줄여볼 수 있는 여지라도 있지 않은가. 현장에서는 담담하게 사건 처리를 하지만 속으로는 탄식을 할 때가 숱하게 많다. 이들이 죽음으로 가기 전까지 한 번 더 살피고, 두 번 더 신경을 썼다면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죽음을 막아볼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현장에서 외로운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고독사 사각지대에는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가장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개인의 역할과 위치에서 고독사를 줄일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관할하는 순찰 지역의 고독사 위험군을 따로 나눠서 살피고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약 물리적으로 경찰의 손이 채 다 닿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관할 구청이나 지역 행정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협조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고독사 고위험군 64만여명 가운데 40%가 채 안 되는 사람만이 정부나 지자체 등의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죽음의 경계에 선 외로운 이웃들을 제대로 된 관리와 관심의 틀 안으로 이끈다면 얼마든지 위험으로부터 구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고독사, 무연고 사망 등은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에서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 미래다.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도움의 손길에 주목해야 할 때도, 행여 도움의 손을 내미는 이가 없더라도 경찰이 또 시민들이 나서 함께 둘러봐야 할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한여름 폭염 속, 작은 방 한 칸에서 홀로 생애 마지막을 맞이해야 했던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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