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는 그 자리를 지켜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1-30 14: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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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길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라고 했다. 마치 뭔가 절박한 상황에서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아주 비장한 용어들을 사용했다.


그런데 정치권의 반응은 지극히 냉소적이다. 


탈당하는 사람들 모두가 탈당할 때에는 비장하게 독자 생존의지를 밝히지만 결국은 큰 집단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언주 의원은 탈당당시 “단기필마로나마 신보수의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고 밝혔고, 유승민 의원 역시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저희들이 비장한 각오로 개혁적인 중도보수신당을 시작하기 위해서(탈당했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들은 탈당 당시의 비장함을 어디론가 던져버리고 모두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추진하는 보수통합 열차에 탑승했다.


안철수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즉 독자신당을 창당한다고 큰 소리쳐 놓고는 슬그머니 그 정당을 ‘통합협상용’ 창구로 이용하고 있는 이언주나 유승민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출연, "(안철수는) 결국 (보수통합에)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어제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가 일단 신당 창당 움직임을 통해 세력을 규합한 후 통합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혁통위에 참여하고 있는 안철수계 문병호 전 의원도 “안철수 전 대표의 독자적인 제3노선은 성공하기 힘들다"며 안철수가 오는 2월말쯤에는 혁통위와 통합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써 이언주와 유승민, 그리고 안철수가 당을 떠나는 요인으로 ‘손학규 대표’를 지목한 이유는 보다 명백해졌다.


이들 탈당 3인방은 남이 인정하든 말든 자신은 유력한 차기대권주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으면 그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 결국 그들은 ‘반문연대’라는 황당한 명분을 앞세워 보다 큰 정당인 자유한국당에 들어가기 위해 보수통합을 추진하려 했다. 문제는 손학규 대표가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선 국가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양당제를 다당제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다. 연동형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을 한 것은 그런 작업의 일환이다. 비록 100%연비제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그의 목숨 건 단식으로 인해 ‘준연동형’이 선거법개정안에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들의 대권야욕을 위해 다시 양당제로 회귀하려는 3인방의 시도를 용납할리 만무하다. 


그런 손 대표가 탈당 3인방의 눈에는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그들은 손학규가 자신들의 대권야욕에 걸림돌이라고 인식했을 것이고, 그래서 주구장창 ‘손학규 퇴진’을 외쳤던 것이다. 


만일 손 대표가 유승민 일파의 퇴진 요구에 굴복해 당을 포기해버렸다면 바른미래당은 벌써 보수통합에 합류했을 것이고, 제3지대 정당은 소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 당을 넘겼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안철수계가 유승민 일파의 쿠데타에 합류했던 것을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손 대표가 안철수의 ‘일방해고’ 통지를 거부한 것은 결과적으로 ‘제3지대’를 지켜낸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다당제가 패권양당의 독단적인 국회운영을 저지하고, 국회 내에서 ‘협치’를 가능하게 만든다. 손 대표가 꿋꿋하게 바른미래당을 지켜낸 것은 결과적으로 다당제 안착을 위한 자기희생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아직도 그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오로지 금배지에 눈이 먼 일부 호남계가 ‘제2의 유승민’ 안철수에 이어 ‘제 3의 유승민’이 되어 그를 흔들어 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손학규는 당당하게 나아가라. 무책임하게 당 대표직을 내던져서는 안 된다. 당신이 선 그 자리가 바로 ‘다당제’의 중심이고, ‘제3지대’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 자리를 지켜라, 그게 정치인으로서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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