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가 남긴 교훈은 ‘다당제’ 안착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15 14: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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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총선까지 남은 변수는 과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자살골(정치적 실수)이 나오느냐다. 역대 선거를 치러보니 선거는 우리가 잘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못해서 이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게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빚어낸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기보다 상대방이 실수하기만 바라는 그런 양당제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1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다”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라며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사실 이 의원도 조국사태 국면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키는 나팔수 노릇을 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인사청문회 당시 "일개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증치고는 과도한 것 같다"고 지적했을 뿐만 아니라,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대해선 “자택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바꿀 정도로 판사가 이렇게 허술했는지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 양당제에 갇혀, 무작정 우리 편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런 이 의원이 조국 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극한 대립정치를 ‘바꾸기 어려운 실태’로 규정하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 정말 이 의원의 지적처럼 극단적인 대립정치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대방 실수 탓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돌아가면서 교대로 정권을 잡는 낡은 87년 제체의 유산인 양당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다당제 시대를 열면 되는 것이다. 즉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를 뜯어고쳐 다당제가 안착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말이다.


다당제는 제왕적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결과적으로 협치를 가능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특히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처럼 덜 나쁜 정당을 선택하는 ‘차악(次惡) 투표’가 아니라 적어도 ‘차선(次善)투표’는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기존의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버리고, 정당득표율이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만 한다. 


그런데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민주당과 한국당의 태도가 문제다.


민주당은 ‘민심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하라’는 국민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서 말로는 선거제를 개혁해야한다고 하지만, 실제행동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덜 내려놓으려고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제 개혁안이 100% 연동제가 아닌 50% 준(準)연동형제로 변질된 것은 민주당의 그런 꼼수 탓이다.


그나마 민주당은 기득권의 절반이라도 내려놓겠다고 하는데 비해 한국당은 아예 ‘깽판’을 놓고 있다. 현행 ‘승자독식’의 잘못된 제도에서 자신들이 누려온 기득권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욕심에서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폭력사태를 자행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제 개혁안이 오는 11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4월 총선은 아무래도 ‘준연동형비례대표제’하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 같다. 온전한 개혁이 아닌 ‘반쪽 개혁’만 이뤄지는 셈이다. 


다만 아직 한 달하고도 10여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여야가 진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준연동제를 100%연동제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당의 이익보다 국가정치 발전을 위해 패권양당이 단 한번이라도 양보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달라는 것이다. 나아가 비록 의원정수가 조금 증가하더라도 국민을 설득해 현행 지역구를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상대방이 자살골을 넣기만 기다리는 낙후된 정치가 아니라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좋은 정책을 발굴하는 민생정치가 실현될 수만 있다면 국민도 그로인해 소폭 의원 수가 증가하는 것 정도는 용납할 수 있을 것이다. 최순실 사태와 조국사태가 남긴 교훈을 패권양당은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광화문에서 쏟아진 국민의 요구는 ‘양당제를 종식하고 다당제 시대를 개막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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