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민망한 ‘짝사랑’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16 14: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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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노골적인 ‘무시’에도 제1야당을 향해 끊임없이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모습이 이제는 민망하다 못해 안쓰러울 지경이다.


‘범야권 혁신플랫폼’을 제안했다가 퇴짜 당한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는 '문재인 정권 신적폐청산 범국민운동'이라는 거창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이번에도 보기 좋게 퇴짜를 놓고 말았다.


안 대표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교체의 전(前) 단계로,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모든 국민과 함께 적폐청산 운동을 벌여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적폐청산 운동은 혁신 플랫폼이 구성된다면 중도확장을 위한 야권 혁신 작업과 함께 양대 핵심사업이 될 것"이라며 "그리고 혁신비전 경쟁을 위한 끝장토론과 맥을 같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후년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야권은 협력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저 안철수의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여 주실 것을 야권의 가슴 뜨거운 모든 분께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한마디로 야권연대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종인 위원장과의 회동에 대해 "정기국회가 끝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어떻게 최종적으로 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의) 그 말을 이해를 못 한다”며 “이해 못 하기때문에 그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다. 생각해볼 조금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단칼에 잘라 버린 것이다. 심지어 그는 “무슨 야권이 연대할 일이 있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제안한 ‘범야권 혁신플랫폼’에 대해서도 “뭔지 모르겠다”며 “관심 없다”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안철수가 주장하는 ‘범야권 혁신플랫폼’, 즉 야권통합 신당에 대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그는 "안 대표가 이번 신당을 만들면 몇 번째 만드는지 헤아려볼 수 없다"면서 "(그 이야기를 계속하는 건) 정치인의 말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잇따른 '무시'에 보통 사람이라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그만둘 법한데 안 대표의 구애는 왜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일까?


왜, 이룰 수 없는 ‘짝사랑’을 성사시키기 위해 볼썽사나운 추파를 계속해서 던지는 것일까?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서 신적폐청산 운동을 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내부적으로 고민하시는 의원님들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고작 3석 ‘미니정당’에 불과한 국민의당 대표라는 명함으로는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언론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일한 방법은 ‘보수통합’을 거론하고, 그쪽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길뿐이다.


안철수 대표는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통합 협상용으로 새로운 보수당을 만들어 자유한국당과 유리한 조건으로 통합을 성사시켰던 것처럼 국민의당을 통합 창구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


안철수의 메아리 없는 처절한 구애는 통합을 몸부림으로 정치권에서조차 크게 의미를 두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면 김종인 위원장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과거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은 그런 어리석은 통합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즉 양당 통합은 없으니,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차기 대선에 도전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알아서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백기 투항’ 권고다. 결국, 안철수는 김 위원장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게 안철수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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