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유승민과 ‘합의이혼’ 없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8-19 14: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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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맨몸으로 (자유한국당에)들어갔다간 공천은 꿈도 못 꾼다.”


자유한국당 복당을 갈망하는 어느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일보> 기자에게 자신들이 손학규 대표 퇴진에 올인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운데 무심코 이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이로써 유승민 의원 등 옛 새누리당 출신들이 바른미래당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오로지 ‘한국당 공천’을 위한 것임이 명백해졌다. 즉 ‘배신자’로 낙인찍힌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한국당에 들어갔다가는 공천 받지 못할 것이 빤하기 때문에 당권을 장악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린 뒤 한국당과 협상해 공천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복당하겠다는 추악한 목적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출신인 이혜훈 의원이 이런 속내를 조용술 전 혁신위원에게 전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조 전 위원의 폭로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 의원이 자신을 국회 정보위원장실로 불러 “손학규 퇴진안을 만들어 달라”고 압력을 행사하면서 “한국당과 통합을 하려면 우리를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사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미 유승민 의원 측에 개별적으로 입당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상태다. 실제로 황 대표는 최근 "한국당의 문호가 열려있다"며 유승민 의원 측에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도 바른미래당 내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한국당에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공천 보장 없이 들어갔다가는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당권을 찬탈해 한국당에 진상하는 대가로 자신들의 공천을 보장받는 방안을 생각해 냈을 것이고, 그 음모에 따라 새누리당 출신들은 지금 당내에서 온갖 추악한 당권찬탈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이 당권을 장악하면 정말로 한국당에 들어가 공천을 받는 길이 열리기는 열리는 것일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면 아마도 그런 논의가 물밑에서 상당히 진행되었던 같다. 실제로 나 원내대표는 "유 의원과 통합하지 않으면 한국당은 미래가 없다"며 “유 의원과의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에 마중물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의 통합론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통합 시점에 대해선 ‘손학규 대표가 정리 된 뒤, 유승민 의원이 당을 이끄는 시점‘이라고 못을 박았고, 특히 통합 후에는 유승민 의원에게 서울 특정지역구에 전략공천해 주겠다는 의사까지 밝힌 마당이다.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 내 쿠데타는 바로 ’한국당 공천보장’을 위한 당권투쟁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쿠데타가 성공할 가능성은 단 1%도 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손학규 대표가 온갖 수모를 당하더라도 끝까지 당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가 손학규의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 이 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는 것만은 온몸으로 막겠다”고 강력한 당 사수의지를 밝혔다.


손 대표가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38만명의 당원이 선출한 당 대표를 몰아낼 방법은 없다. 그걸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집요하게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며 당내에서 분탕질을 해대는 이유는 아마도 ‘합의이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합의이혼이란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들을 나눠 갖는 일종의 야합이다. 비례대표는 탈당을 할 경우 금배지를 내려놓아야 한다. 세누리당 출신들과 함께 한국당에 들어가려는 옛 국민의당계 비레대표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금배지를 달고 한국당에 들어가는 방법은 손 대표가 그들을 출당시켜주는 길 뿐이다. 합의이혼이란 바로 그렇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그런 ‘정치적 야합’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현재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국민의당’ 간판으로 당선된 사람들인 만큼, 대표가 마음대로 그들을 풀어주어선 안 된다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다. 당원들 역시 그런 야합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새누리당 출신들이 쿠데타를 지속하더라도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출신은 자신들만이라도 탈당해 별도의 신당을 만들고, 그 신당의 이름으로 한국당과 공천협상을 벌이는 건 어떨까?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올해 안에 끝나면 한국당 내에서 유승민 일파와의 통합에 역할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당에 들어가러면 서둘러 공천협상을 실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안은 당권에 대한 추악한 욕심을 버리고, 바른미래당에 남아 ‘제3의 길’을 고수하는 손학규 대표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정치인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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