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탄핵을 낳는 정치판 갈아엎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3-02 14: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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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마저 벌써 ‘탄핵’이라는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한다’는 청원이 2일 오전 9시30분 기준으로 142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물론 이는 삼권분립 원칙상 정부가 답변하기 어려운 청원으로 청와대가 설사 답변을 하더라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국회가 올해 도입한 국민동의청원은 성격이 다르다. 


국민동의청원은 지난해 4월 개정된 국회법 123조에 근거를 둔다. 개정 국회법은 온라인을 통해 청원시작 30일 내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청원이 법률적으로 청원 효력을 지니도록 했다. 국회는 곧바로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해 심사해야 할 의무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올해 도입한 국민동의청원에는 이날 벌써 10만명이 동의해 청원이 성립됐다. 


이에 따라 이 청원은 2~3일 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되고 법사위에서 심사를 해야만 한다. 당연히 청와대의 국민청원보다는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달 26일 서울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는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96.2%(80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탄핵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속적으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전날에도 CBS라디오에 출연,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저희가 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몸통이라는 게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탄핵방지용 비례전문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앞서 2017년 3월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대통령직에서 파면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분노한 민심이 촛불을 들었고,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당시에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4월 청와대 청원에 문 대통령 탄핵 촉구 글을 올린 청원인은 “나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나가 촛불을 들었던 세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바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에 누가 또 대통령이 되든지 ‘탄핵’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대체 왜, 이런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일까?


제왕적대통령제 탓이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반면 국회의 견제 가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다보니 독선적인 국가운영을 하게 되고, 그로인해 임기 말 탄핵을 당하거나 임기 후에 감옥에 가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그런 불행이 단순히 개인의 불행으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삶의 질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이런 정치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법을 개정해 민심이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도록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만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집권당과 제1야당의 반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반쪽 연비제마저 용납하지 않으려는 패권양당의 태도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비례용 정당을 검토중이어거나 이미 창당을 마친 상태다. 이런 상태라면 선거법이 개정되었음에도 민심은 여전히 왜곡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은 가짜 정당에 대해 심판을 가해야 한다. 물론 가짜 정당을 만든 본당에 대해서도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제3의 세력이 총선 이후 제왕적대통령제를 폐지하는 개헌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분권형 개헌 세력과 제왕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패권양당 세력 간의 한판 승부가 될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 주류 세력을 교체하지 않으면 ‘저녁이 있는 삶’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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