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얼마나 더 비굴해질까?

전용혁 기자 / 기사승인 : 2019-10-22 15: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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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자유한국당에 통합을 애걸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나마 ‘애걸 한다’는 표현은 점잖은 표현이고, ‘비굴하다’는 표현이 보다 더 사실에 부합하는 표현일 것이다.


지금 유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매우 적극적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는 등 거의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다. 자신을 비토 하는 친박계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세를 한껏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당과의 공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꾸는 태도까지 스스럼없이 자행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에 반대하며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안을 반대하는 한국당의 뜻에 따라 자신들이 법안을 막아내는 ‘한국당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 의원은 2017년 대선후보 당시 공약으로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었다. 특히 그는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태의 공수처, 즉 현재 태스트트랙에 태운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공수처 설치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유 의원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안으로 평가되는 ‘권은희 안’마저 반대한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대체 유 의원은 왜 자신의 소신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한국당과의 공조에 이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한국당에 대한 ‘구애의 손짓’일지도 모른다.


유 의원이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한 것 역시 같은 연유일 것이다. 


유 의원은 대선후보 시절에는 박 전 대통령 사면논란에 대해 “사법적 판단 이전까지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면문제를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날 이런 기존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실제로 유 의원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 통합과 나라의 품격을 위해선 재판이 끝나면 당연히 사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개인적으로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분히 친박계 의원들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그의 태도변화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유 의원은 한국당에 이른바 ‘통합 3대원칙’이라는 걸 제시하면서, 첫 째 조건으로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고 기세등등했었다.


그러자 한국당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고, 당내에선 “반성문 쓰고 들어와도 시원치 않을 사람”이라거나 “석고대죄부터 하고 들어오라”는 등 유 의원을 비난하는 발언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당 지도부는 아예 유 의원의 발언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황교안 대표는 물론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에 우호적이었던 나경원 원내대표마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작 윤상현 의원 한 사람만 개인적으로 “환영 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그나마 윤 의원의 입장에 대해선 중앙당이 이례적으로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나서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이런 한국당의 싸늘한 반응을 의식한 유 의원은 슬그머니 입장을 바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 서로 책임을 묻는 일은 중단하고 나라의 미래상을 논해야 한다"고 한발 물렀다. ‘탄핵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탄핵을 덮고 가자’로 바뀐 셈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하면 지분이나 공천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고 납작 엎드리기도 했다. 당에서 경선을 실시하라면 경선을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는 여전히 냉담하다. 


사실 유 의원이 ‘지분’과 ‘공천보장’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건 사실상 당 대 당 통합을 포기했다는 의미이고, 황교안 대표 역시 “당대당 통합은 어렵다”면서도 “보수통합은 필요하다”고 밝혀 왔던 만큼 유 의원을 안 받아줄 이유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유승민 의원의 러브콜을 외면하고 있다. 싸늘하다.


그렇다면, 대체 유승민 의원이 얼마나 더 자세를 낮춰야 받아주겠다는 것일까?


한국당 관계자는 “보수 통합은 찬성이다. 다만 ‘유승민’이라는 이름이 부각되는 건 부담이다. 고개 숙이고 그냥 조용히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소리 소문 없이 복당절차를 밟으라는 것이다. 즉 중앙당에 유승민 의원 등 옛 새누리당 출신들이 집단으로 복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조용히 각자가 알아서 시.도당에 복당을 신청하라는 뜻이다.


물론 한국당 중앙당 차원에서 유승민 의원 일파의 복당을 환영하는 이벤트도 없을 것이다. 굴욕적인 복당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유승민 의원이 오는 12월 바른미래당 탈당을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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