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화전 앞에 주차하시면 안 됩니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5-24 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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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소방서 영흥119안전센터 김종복

 


몇 년 전의 일이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퇴근준비를 하던 중에 민원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한통 받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언성이 높았고 다짜고짜 따지는 민원 전화였다. 이유인즉슨 민원인께서 비교적 한적한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주차를 하셨는데 잠시 볼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주?정차금지위반 딱지(소방용수 주변 주정차위반 과태료부과처분용지)가 차량 앞 유리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분괴하여 전화를 주셨고 과태료용지에 이름이 쓰여 있는 김종복이 누구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셔서 그 김종복이 나라고 말씀드리고 나서 민원인을 달래고 달랬던 적이 있었다.

사실 이런 전화가 비일비재하다. 화를 내는 내용과 주제도 다양하신데 소방에서 부과하는 주·정차위반과태료의 대다수가 소화전 인근에 차를 주차해서 발부되는 과태료 부과처분이다. 해서 소화전이 거기 있는 걸 못봤다는 이유로 한번 봐줄 수 없냐는 다소 상냥하신 요구사항도 있고, 내 앞차도 같이 위반한 거 같은데 왜 나만 단속을 하냐는 논개가 적장을 껴안고 천길 물길 속으로 떨어지듯 인근 주민을 끌어안는 나만못당해 민원인, 내차가 똥찬데 왜 비싼 외제차 놔두고 나같은 서민 세금을 뜯어가냐는 다소 홍길동스러운 민원인, 불이 난 것도 아니고 평소 소화전 주·정차 위반은 당최 듣도 보도 못했으니 내가 왜 위반을 했는지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 보라는 논리형 민원인까지 아주 다양하다.

우리 소방관들도 이런 다양한 민원인의 요구사항 중에 그래도 다소 이해 가는 부분이 소화전 인근이 주·정차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 모르셨다는 민원인데, 우리소방은 이 민원에 대한 해답을 드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그 과정으로 처음에는 소화전에 손바닥 보다 조금 더 큰 플라스틱 팻말을 만들어 주·정차 위한행위 금지에 대한 법조항을 써 소화전에 매달기도하고, 이것도 잘 안 보이신다고 민원을 제기하셔서 어른 얼굴만한 팻말에 야광에 반사판까지 추가하여 주·정차 금지를 알리기도 하였다. 갖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치다 결국 소방이 해내고야 말았다. 주요 도로위에 설치된 소화전부터 시작하여 모든 소화전으로 확대 시행예정이며 보도블럭 경계석 등에다 빨간색으로 넓게 테두리를 칠하고 심봉사도 알아볼 수 있게 글자도 아주 큰 글씨로 소화전주변에 주·정차를 하시면 안된다고 아예 위반 범위까지 지정해서 지나가던 유치원생이 보아도 ‘소화전 주변에는 세발자전거도 세우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고 정확하며 확실하게 주·정차 위반을 표시해 두고 있다. 이로서 이젠 적어도 소화전을 못봤다는 민원인과 내가 왜 위반인지 논리적으로 설득해라하시는 민원인은 이유가 사라지셨다.

바쁜 시간 민원인과 다소 불편한 내용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소화전 인근 주변 주·정차 위반을 단속하는 이유가 있다. 화재발생 시에 제아무리 빨리 현장에 도착 하더라도 소방용수가 추가적으로 제때에 보급되지 않으면 시민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정말 이 이유 딱 한 가지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이 평소에 소방을 아껴주시고 믿어주시는 시민분들께 선물이나 여러 좋은 무언가를 전해드려도 부족할 판에 그런 좋은 것 대신 과태료 용지를 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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