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하태경-오신환-권은희의 ‘동상이몽’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17 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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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내 비당권파 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요지경이다. 15명 구성원들의 속내가 제각각이다.


그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을 위해 한껏 자세를 낮추었다.


그는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거창하게 ‘통합 3대조건’이라는 걸 자유한국당에 제시했었다. 하지만 한국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황교안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유 의원의 발언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황 대표는 자당 소속 윤상현 의원이 "유승민 의원의 '복당'(재입당)을 환영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발끈하는 모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앙당은 “윤 의원의 발언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각 언론에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협조를 당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다급한 유 의원은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내걸었던 3대 조건을 철회하며 “보수를 재건해서 국민 마음을 얻는 보수를 만들겠다고 하면 (한국당과 통합해서도) 지분이니 공천이니 이런 걸 요구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날만 잡히면 (황교안 대표와)만나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그가 내건 유일한 조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탄핵을 주도해 보수를 분열시킨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지분이나 공천요구 없이 복당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백기투항’ 의사를 황 대표에게 전달한 셈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나고 필요하면 회의체도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회동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조국사태’로 한국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 회복된 시점에서 굳이 실익(實益)도 없는 유승민 의원과 통합할 필요가 있느냐는 당내 분위기 탓이다. 특히 당내 반발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황 대표의 핵심 측근인 박맹우 사무총장은 “‘잔류파’에선 보수분열에 대한 책임론으로 유 의원에 대한 비토(반대) 정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한국당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유 의원은 황 대표에게 “(통합에 대해)양극단인 영남 친박과 수도권 의원 사이에 생각이 정리될 필요가 있고 황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신신당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런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의당 출신 권은희 의원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권 의원은 17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유승민 대표가 황교안 대표와 만나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 했다.


그러면서 "탈당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현재 바른미래당에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모였다"며 "그 인식 하에 지금도 여전히 모이고 있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당창당을 준비 중인 유 의원이 한국당 복당을 위해 연일 황 대표에게 ‘보수통합’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도 권 의원은 그런 모임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동상이몽이다.


이에 대해 오신환 원내대표는 권 의원을 비롯한 안철수계 의원들의 모임 이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생각들이 다 똑같을 수는 없지 않냐”며 이견이 있음을 실토하면서 “다른 동료들에 의해 의견이 재조정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의견조정은 국민의당 출신들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새누리당 출신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 의원이 이처럼 ‘보수통합’을 위해 한껏 자세를 낮추고 연일 황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임에도 새누리당 출신인 하태경 의원은 “유승민 대표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국당과 연대나 통합 문제라기보다는 신당 창당”이라며 "11월 내로 창당이냐 12월 내로 창당이냐 이 선택만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신환 원내대표는 “본인 마음이 급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 오 원내대표는 왜 사실상의 신당창당 추진 모임에 들어갔으면서도 당에 오래 남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마도 원내3당의 원대대표로서 누리고 있는 온갖 혜택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탓일 게다.


결국 쿠데타 모임에 소속된 의원들 가운데 끝까지 유 의원과 동행할 의원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머지않아 각자도생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고, 그 가운데는 뒤늦게 반성문을 쓰면서 당 잔류를 선언할 의원들도 나타날 것 같다. 참 요지경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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