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모른다…모른다”는 조국을 보면서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9-03 15: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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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3일 새벽에 마무리됐지만 언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물론이고 경향·한겨레 등 진보성향의 신문마저 조국 후보에 비판적이다.


조 후보자가 딸의 논문과 스펙 부풀리기, 장학금, 가족 사모펀드, 웅동학원 의혹 등 핵심의혹에 대해 대부분 “나는 몰랐다”거나 “알지 못 한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모습을 보인 탓이다.


실제로 조 후보자는 무려 55차례나 “나는 몰랐다”고 말했다. 평균 10여분에 한번 꼴로, 그러니까 사실상 의혹의 대부분을 ‘모르쇠’로 일관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장장 약 10시간 45분 동안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도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한 조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되레 국민의 분노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조 후보자는 딸의 의혹과 관련해 “(서울대 장학금은) 누가 신청했는지도 모른다”면서 “아이가 동창회 측으로부터 선정을 연락 받았다. (장학금) 수여 기준과 사유를 알지 못 한다”고 밝혔다. 딸이 단국대 의혹 논문 제1저자 등재 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청탁하지 않았다. 왜 제1저자가 됐는지 저희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청탁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게 증거”라며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최순실 씨와 묘하게도 닮았다.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의혹 역시 그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조 후보자는 "저는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라는 이름 자체를 이번에 알게 됐다"며 “사모펀드 투자 사실을 제대로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인사청문회 준비 전까지)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 "저희 집 경제 문제는 제가 아니라 제 처가 관리해 상세한 것은 모른다", "저희가 정보가 좀 부족하고 무지한 투자자다", "(배우자가) 개별 투자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10억 원대의 거액을 “아무것도 모르고 배우자가 투자했다”는 건데, 과연 이런 해명을 그대로 믿어야 하는 것일까?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 왜 사모펀드 투자를 추천한 5촌 조카가 해외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는지에 대해선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가.


특히 검찰은 5촌 조카 조모씨와 사모펀드 관계자들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관련 증거들을 폐기했고, 기습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황급히 관련 자료들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조국 후보자는 스스로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딸과 배우자가 몰래 했다고 해서 자신이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그가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지명을 철회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 역시 그럴 의사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문 대통령은 열흘 이내의 기간을 지정해 인사청문보고서를 다시 보내 달라는 '재송부 요청'을 하고, 재송부 기한이 지난 후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지금 문 대통령이 그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빠르면 이번 주 중에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제왕적대통령제’ 아래에선 이런 사태가 벌어져도 막을 방도가 없다.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의 반대 목소리에 귀를 닫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해도 이를 견제할 국가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한 탓이다.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촛불시위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을 들고 나선 것은 이런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아달라는 요구였다.


그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첫걸음이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혁안이다. 선거제 개혁안이 통과되면 집권당과 제1야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통해 자신들이 누려왔던 기득권을 상당부분 내려놓아야 한다. 그로인해 다당제가 안착되는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의 권한도 약화될 것이고, ‘제왕적대통령’의 탄생을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제2의 최순실’이나 ‘제2의 조국’이라는 괴물이 나타나 국민을 괴롭히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제 개혁은 특정 정당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움켜쥐고 내려놓지 않으려는 패권양당, 그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른다…모른다…모른다”로 일관한 조국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그런 독선을 방지하지 못하는 낡은 국가 시스템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87년 낡은 체제를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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