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 위에서 길 잃은 대한민국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01 1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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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우리가 이런 꼴 보자고 촛불 들었나?" ​


2016년 10월 29일, 국정농단에 대한 진실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한 청년이 지난 주 금요일 다시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나타나 “불량 장관 조국퇴진”을 외치며 이같이 한탄했다.


이 젊은이처럼 지난 2017년 봄, “이게 나라냐”라는 손 팻말을 들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다시 “그러면 이건 나라냐”라는 손 팻말을 들고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증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학가에서도 조국 장관에 대한 규탄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학생들이 규탄한 것은 ‘조로남불’이다. 조 장관이 입으로는 정의와 평등을 외쳤으면서도, 정작 뒤로는 ‘가족사기단’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온갖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한 분노다. 조국 장관의 딸에게는 ‘제2의 정유라’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붙기도 했다.


어쩌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박근혜 탄핵의 시발점이었듯, 조 장관의 딸 조민이 문재인 탄핵의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 2017년, 이화여대 캠퍼스에 가득 찬 공정과 평등, 정의에 대한 열망이 소위 '최순실 게이트'로 연계되면서 그 열기가 광화문으로 퍼져 나갔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되었다. 당시 학생들의 그런 외침에 편승한 것이 현 집권세력이다.


그렇게 해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성적은 형편없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실업률은 외환위기 수준에 다다를 만큼 심각하다. “소득주도성장”구호를 줄기차게 외쳐왔지만, '소득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국방 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그동안 온갖 공을 들여왔음에도 북한은 이제 드러내놓고 ‘봉남통미(封南通美)’의 자세로 한국을 아예 무시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국민은 참았다. 경제가 곧 좋아질 것이라거나 안보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인내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그런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아예 포기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정유라와 최순실로 상징되는 '특권과 반칙'이 문재인 정권에선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그의 딸을 통해 ‘와르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사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던 2017년 봄 촛불집회는 조국 퇴진을 촉구하는 2019년 가을 촛불집회와 다를 게 없다. 그 양상이 판박이처럼 너무나 흡사하다. 단지 대통령의 얼굴이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바뀌었을 뿐, 독단적인 국정운영방식은 그대로다. 박근혜 정권이 ‘구적폐’라면 문재인 정권은 ‘신적폐’다. 오죽하면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쌍둥이 적폐정권’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대체 왜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일까?


수명을 다한 낡은 87년 체제 탓이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패권주의와 의회 무시, 그리고 거대 패권양당의 극한대결은 계속되었고, 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은 촛불 시민 혁명의 결과로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분권형 개헌을 논의해야 할 때다. 헌법을 바꾸고, 그에 맞춰 우리 국가 운영시스템이 혁신적으로 변화해야만 한걸음 더 발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87년 낡은 체제위에서 길을 잃었다. 누군가 길잡이가 되어서 바른 길로 인도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호는 침몰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낡은 6공화국 시대를 종식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개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는 개헌의 전단계로 다당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의 주춧돌을 놓는 데 큰 역할하기도 했다.


그런데 구적폐로 낙인찍힌 옛 새누리당 출신들이 당권찬탈을 목적으로 사사건건 발목잡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그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반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1등으로 당선될 자신이 없으니까. 2등도 당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같은데 그런 개인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선거법개정안을 반대하고 87년 낡은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유승민의 호헌 주장은 전두환의 호헌주장과 빼다 박은 듯 닮았다.


그렇다면 국민과 바른미래당 당원은 시대를 역행하려는 유승민 의원과 새시대를 열어가려는 손학규 대표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지 답은 나온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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