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는 제7공화국 깃발을 다시 들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4-28 15: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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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4.15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3석,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의석 17석 등 도합 180석을 챙겼다.


이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정의당의 218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회 전체 의석(300석)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80석 슈퍼여당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한 법률안 의결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숫자이다.

 

국무총리와 헌법재판관, 대법관 등 과반 찬성이 필요한 임명동의안도 야당의 협조를 받을 필요가 없고, 무기명투표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되는 국회의장직도 무난히 차지할 수 있다.


특히 180석은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이 필요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도 단독으로 지정할 수 있다.

 

다수당의 일방적 의사진행을 저지하는 합법적 수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중단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21대 국회 운영을 민주당 단독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입법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을 야당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룡여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여당이 자신의 힘을 믿고 혹여 위험한 개헌 불장난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시점에 실제로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나선 인사가 있다.


바로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는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이해찬 대표의 개헌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28일 21대 국회에서 민주주의 발전과 국가 미래를 위해 개헌 논의가 꼭 필요하다며 21대 국회 전체 4년 임기 과제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앞둔 시기부터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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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헌은 필요하다. 시민단체와 학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미 87년 낡은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며 새로운 제7공화국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마당이다.


제7공화국은 87년에 제정된 헌법인 제왕적대통령제로는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인 승자독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그로 인해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손학규가 정계 복귀일성으로 제7공화국 깃발을 들고 나선 것은 그런 연유다.


실제로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는 낡은 6공화국체제의 폐단은 심각하다. 그 폐단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소통령으로 통하던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가 구속되는 불행한 일을 지켜봐야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대통령의 아들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려 홍삼트리오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극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구속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됐다. 급기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탄핵까지 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 없다.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그런 폐단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그 폐단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시대의 막을 내리고 분권형 시대로 나가야 한다.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겪는다는 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그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권력에 취한 여당 내에서 오히려 대통령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황당한 개헌 주장이 나오고 있어 걱정이다.


실제로 송영길 의원은 개헌의 방향을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못 박았다.


이는 제왕적대통령제라 불리는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임기를 8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황제 대통령제라고 불린다.

 

이런 개헌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야당과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2018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 대통령제를 이어가되 임기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런 개헌을 거대 야당의 힘만 믿고 다시 밀어붙인다면, 국민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개헌은 그런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손학규가 다시 제7공화국의 깃발을 들고 정치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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