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당은 ‘묘수’ 아닌 ‘자충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30 15: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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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꼼수에는 묘수를 써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했다.


21대 총선에 적용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3% 이상 득표한 정당 가운데 득표율만큼 의석을 못 얻은 정당에 비례대표 30석 안에서 의석을 나눠준다. 선거법 개정을 반대해온 한국당은 지역구 출마 없는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이 30석마저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비례한국당 창당은 ‘묘수’는커녕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른 비례정당 창당 방안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0일 공개됐다.


"최근 일부 정당이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 도입에 대응해서 비례 정당을 추가로 창당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대 61.6%, 찬성 25.5%로 나타났다. '모름ㆍ무응답'은 12.9%다.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무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ㆍ전라(반대 67.1% vs 찬성 16.4%)는 물론 중립지대인 대전ㆍ세종ㆍ충청(64.3% vs 18.6%)과 서울(62.3% vs 27.3%), 경기ㆍ인천(55.3% vs 33.4%)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전통텃밭으로 분류되는 TK(63.1% vs 28.8%)와 PK(62.1% vs 17.7%) 등 영남권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절대 다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 지지층마저 반대 43.9%, 찬성 45.4%로 찬반양론이 비슷했다.(이 조사는 지난 2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9941명에 무선 전화 및 유무선 자동 응답 혼용 방식으로 접촉해 최종 504명이 응답을 완료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 대표가 ‘묘수’라고 했지만 국민은 그런 방식을 ‘추악한 꼼수’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최다득표자만 선출되는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로 당선자 이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뜻은 하나도 의석수에 반영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발생한 사표(死票)가 절반을 넘었다. 뿐만 아니라 거대양당의 독식으로 국회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없었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이번 선거법 개정안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처음으로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과 한국당의 저항에 부딪혀 온전한 준연동형제가 아니라 30석 상한선을 두는 기괴한 선거제도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한국당은 이마저도 무력화시키기 위해 ‘비례한국당’을 창당, 지역구도 독식하고 비례도 독식하겠다는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게 됐다. 국민이 그런 한국당의 ‘꼼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탓이다.


한국당과 보수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우리공화당도 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을 “어설 짓”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조원진 공화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비례한국당이나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것은 꼼수”라며 “불법과 꼼수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설픈 짓은 그만하라”고 꼬집었다.


특히 민주당 초선 의원은 “양아치 짓”이라고 비판했고, 심정정 정의당 대표는 "시대정신을 거역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반개혁 시도", "기득권 연장을 위한 자해행위", "제 발등을 찍는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수도권 지역 의원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한 재선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비례 몇 석 얻으려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궤멸할 수도 있다”며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전략은 결코 묘수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공화당이나 새로운 보수당 등 다른 보수성향의 군소정당들이 비례를 얻어서 범보수 진영을 확장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황교안 대표가 ‘비례한국당’이라는 꼭두각시 정당창당을 강행한다면 그건 지도자로서의 자질 부족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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