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연비제, 이제는 바로 잡아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4-16 15: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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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위정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의석은 모두 180석이다. 사실상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록적 압승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원내 1당이 돼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가게 된데다 막강한 입법 추진력을 손에 거머쥐게 됐다. 한마디로 '재적의원 과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한 대부분의 사안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5분의 3 찬성'을 기준으로 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은 물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도 다른 당과의 연합 없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국회에서 여당의 독선적인 국회운영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이런 힘을 믿고 대통령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개헌을 추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 개헌의 방향이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쪽이라면 다행이겠으나, 여권은 그동안 대통령에게 힘이 더욱 실리는, 그래서 ‘황제적 대통령제’라고 불리는 ‘대통령 중심 4년 중임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초 ‘대통령 중심 4년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직접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처리가 좌절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대한민국 헌법 128조는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된다'고 하고 있어 과반을 훌쩍 넘긴 민주당은 이미 개헌안 단독 발의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아직은 개헌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석까지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설사 단독 발의했더라도 단독 처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소수정당과 무소속 의원과 연합해 개헌을 처리하려 할 경우는 어찌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했어도 이런 참담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준연비제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비례대표 의석마저 싹쓸이 하고 말았다. 정의당과 민생당 등 군소정당의 원내진입을 위해 마련된 선거제도가 거대 양당의 비례 나눠먹기 제도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 결과 ‘슈퍼여당’이라는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은 통합당의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만일 패스트트랙 당시 통합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온전한 연비제를 도입했더라면, 그리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180석 슈퍼 여당’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통합당이 지금처럼 완패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업자득인 셈이다.


손학규 민생당 선대위원장이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서 서울 경기의 경우 득표수가 민주당 대 통합당이 53% 대 41%인데 비해 의석수는 85% 대 14%로 극심한 불균형을 보인 사실을 지적하면서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해야 한다. 지역구 후보 몇 명 이상을 내지 않는 정당에게는 비례후보를 낼 수 없게 해야 한다. 비례의석수를 늘려 연동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연유다.


이제 미래통합당은 반성하고, 다당제 정착을 위한 선거법 개정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반쪽 연비제를 온전한 연비제로 바꾸어 민심이 왜곡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에 대해 위헌소송이 제기된 만큼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대해 정당 등록 무효와 당선 무효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래야만 제왕적 대통령제를 황제 대통령제로 바꾸려는 끔찍한 개헌시도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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