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웃기는 이야기] 국적 있는 교육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0-27 15: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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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빈 전 명지대 부총장
임성빈 전 명지대 부총장

 

 

1970년대의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한문은 물론이고 한자도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었으므로 한자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필자는 아이들을 모두 중국학교에 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1975년이 되자 아들만 넷인 우리와는 반대로 딸만 넷인 옆집의 둘째가 YMCA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면서 차편이 있으니 동갑인 큰아들 재혁이도 같이 보내면 어떠냐기에 나이는 약간 미달이었지만 우리도 재혁이를 그 유치원에 입학시켰다.

 

그리고 유치원을 졸업한 후 계획대로 중국학교에 보내려 하였으나 중국은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므로 먼저 중국유치원을 6개월 다니게 하고 중국소학교에 입학시켰다. 

 

학교에 다닌 지 얼마 후 재혁이가 필자보고 다른 친구들은 다 한국학교에 다니는데 왜 자기만 중국학교에 다녀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옛 문화가 모두 한문으로 되어있고 앞으로 중국과 일본과의 교류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므로 한자를 꼭 알아야 할 텐데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한자를 가르치지 않아 그렇다면서 중국학교에서는 중국어 뿐만 아니라 우리말과 한글도 가르치고 영어까지 가르치니 공부하기 더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아빠 말은 알아듣겠지만 그래도 매일아침 태극기가 아니라 중국(대만)국기에 경례하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고 하였다. 

 

그렇게 중국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데 새 학년이 되자 입학통지서가 나왔고 필자는 우리 애가 이미 중국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했더니 안 된다며 우리나라 국민학교로 옮기라는 것이었다.

 

왜 안 되냐니까 ‘국민교육헌장’에 국적 있는 교육을 시키라고 되어있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국적 있는 교육은 가정에서 시키는 것이지 학교에서 시키는 것이냐, 우리 아들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삼국사기’, ‘삼국유사’ 다 읽었다, 그러면 우리 아들과 우리나라 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와 공개석상에서 누가 더 국적 있는 교육을 받았는지 대결시켜 보자고 했다. 

 

그러나 그래도 안 된다며 정 그러면 필자와 아들을 구속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교육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제대로 해주는 것도 없는 인간들이 남의 애들 교육도 마음대로 못시키게 하는 웃기는 나라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재혁이를 집에서 가까운 화랑국민학교로 옮겼고 다음 애들부터는 YMCA 유치원을 졸업한 후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중국유치원 한 학기, 중국소학교 한 학기를 다니도록 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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