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가출인 문제’ 사실상 무대책 이대론 안된다

전용혁 기자 / 기사승인 : 2020-01-06 15: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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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인의 소재가 확인될 때 까진 일단 범죄의 피해자로 간주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최근 4년간 가출했거나 실종된 사람 가운데 사망함으로써 발견된 사람 10명 중 9명이 ‘성인가출인’으로 나타났다(국회 김승희 의원이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실종자 중 실종아동법에 따른 보호(추적·수색·소재수사 등)의 대상인 ‘실종 당시 18세 미만의 아동 등’보다 18세 이상의 ‘성인가출인’ 문제가 현실적으로 더 심각함을 보여 주는 통계 수치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2019년 2월까지 실종 신고된 후 사망으로 발견된 사람 중에는 ‘성인가출인’이 4737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치매환자 345명, 지적장애인 138명, 실종아동 72명 순이였다. 사망 상태로 발견된 성인가출인 수가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실종아동 수에 비해 현저히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같은 기간에 실종 신고가 됐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람(4614명) 가운데에도 성인가출인이 4380명으로 지적장애인 116명, 실종아동 94명, 치매환자 24명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실종아동법 제정 이래 ‘실종아동 등(실종 당시 18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 복지법의 장애인 중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과 치매관리법의 치매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위치정보와 인터넷 접속 확인, 가족 DNA 채취가 가능해진 등 적극적인 추적·수색·수사 등이 가능해졌으나 ‘성인실종자(18세이상)’의 경우 범죄와 관련된 가출이라는 결정적 단서가 없는 한 능동적 수사를 펼칠 법적 근거가 없다. 단순(자진) 성인가출은 엄격히 보아 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공권력이 적극 개입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 법제라 하겠다.

이런 가운데 성인 단순가출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자임한 가족(보호자)들이 생업과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로 사비를 들여 실종자소재분석사나 탐정학술지도사 등 탐정업 전문가를 통해 소재를 파악하고 싶어도 이런저런 제약이 만만치 않다. 현행법 시스템하에서는 경찰은 물론 누구든 ‘단순 가출성인’을 추적하여 소재나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알아낸 소재나 연락처를 본인의 동의 없이 보호자 등에게 알리면 그 동기나 과정이 어떠했건 신용정보법상 사생활조사(제40조4호)에 해당되어 경우에 따라 처벌 받을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인가출인 대부분은 ‘단순 가출’로 분류된 채 ‘자진 귀가나 우연한 발견’을 기대함에 그치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무대책인 셈이다.

간혹 역량이 뛰어난 경찰과 일부 조리(條理)에 밝은 탐정업(민간조사업) 종사자들은 법규에 얽매이지 않고 ‘사안을 이익형량(利益衡量)’하여 가출인의 소재파악은 물론 가출인을 가족에게 인계까지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출인 본인과 보호자,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찬을 받는 미담 사례도 있으나, 이에는 자칫 가출인의 반발 등 법률적 문제가 따를 소지가 있어 일반적으로 권장할 만한 방도는 아니다(*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능한 탐정들은 법과 원칙보다 조리와 이익형량을 업무상 더 큰 기준으로 삼고 있는 추세이며, 이는 탐정의 존재 의미이자 가치로 평가되기도 한다)

성인가출인 중에는 유희성가출, 생존형가출, 반항성가출, 시위성가출 등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될 비범죄성 자진가출인도 적지 않으리라 본다. 심지어 경찰이 ‘의문의 가출인’을 추적하여 찾게 되면 ‘나 돈 좀 벌어 자수성가 해보려고 집을 나왔는데 왜 나를 귀찮게 찾아 다니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출인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될 때 까지는 일단 범죄의 피해자로 간주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자진가출이라 할지라도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시사해 주듯 많은 성인가출인들이 가출 후 열악한 환경속에서 범죄자로 전락하거나 객사(客死)를 맞이하고 있음을 볼 때 성인가출인 문제는 이제 한낱 경찰의 업무로나 가족들만의 일로 여길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먹구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분명 ‘중대한 치안 사각 현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성인 가출인을 찾는 문제는 ‘경찰이 전적으로 떠맡거나 경찰에 떠맡길 성격의 일’은 아니라 본다. 가출인의 가족들은 ‘성인 단순가출인’에 관한한 가족이 전면에 앞장서 찾아 나섬이 논리적으로 맞다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가출인을 효율적으로 찾겠다’는 가출인의 가족 등에게 그럴수 있도록 법적인 길이라도 터주어야 되지 않겠는가? 지금의 법제로는 경찰은 물론 탐정업 종사자, 자원봉사자 등 누구든 성인가출인 찾기에 제대로된 도움을 줄 수 없다.

이에 필자는 현행 실종아동법 상 사람찾기(탐문·추적·수색·수사 등)의 대상을 확대하거나 별도의 ‘성인가출인찾기 법률’ 제정을 제안한다. 즉, 현재 실종아동법에 따라 사람찾기에 타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 범위는 ‘실종 당시 18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 복지법의 장애인 중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과 치매관리법의 치매환자’인 바 여기에 ‘경찰관서에 실종 신고된 성인가출인’을 포함하거나 ‘성인가출인 찾기’와 관련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고 긴요함을 말하고 싶다.

한편 탐정업 소관청인 경찰청은 ‘탐정업 업무의 영역에 속하지만 금지되지 않는 탐정업무의 수행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에 기초하여 지난해 6월 가벌성(可罰性)이 없는 합당한 탐정업무(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까지 무조건 금기시 해온 관행은 법리와 시대상으로 보아 온당치 않다고 판단하고 ‘탐정학술지도사’, ‘실종자소재분석사’ 등 그간 처리를 유보해 왔던 사생활조사와 무관한 탐정업 관련 8건의 민간자격 등록신청(탐정업을 민간차원에서 직업화 하겠다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경유한 민원)을 받아들였으며, 이에 힘입은 탐정업 희망자들의 창업과 겸업 역시 도처에서 이어지고 있어 탐정업이 성인가출인 문제 해결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탐정학술위원장,한국탐정학술지도사협회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20년(1999,경감),경찰학강의10년/저서: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탐정학)개론,경찰학개론,정보론,경호학외/치안·공인탐정법(공인탐정) 등 탐정법 비교연구 관련 400여편의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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