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셀프제명’은 정당법 위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2-18 15: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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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우리나라 정당법에 의하면 의원의 제명은 당헌이 정한 절차 외에 소속 의원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어요. 당헌 절차가 뭐냐, 대체로 무슨 당 윤리위가 있고, 당의 최고의사결정은 최고위원회의(의결)에 대해서 대표 직인이 있어야 선관위로 나가는 거죠. 그런데 오늘 한다는 것은 그런 건 없이 의원들끼리 모여서 ‘우리 다 제명했다’ 그러고서 회의록 같은 것을 국회사무처에다가 내는데, 나는 그건 좀 어렵다고 봐요. 당의 의사결정이 있어야 되고,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해본 적이 없어요. 통진당 셀프제명도 당규위원회에서 제명하고, 의원총회에서 제명을 하고, 당 지도부가 옥새를 찍어서 외부에 낸 거 아닙니까? 얼마 전에 조훈현 의원, 이종명 의원 똑같은 과정 했는데, 이번에는 옥새도 없고, 직인도 없고, 당 윤리위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이것을 정당법 위반으로 고발해버리면 제가 볼 땐 이건 무효화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는 18일 ‘셀프 제명’ 명단에 오른 이상돈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 법학자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한 발언의 일부다.


즉 당헌당 당규에서 규정한 윤리위원회 징계절차와 그 징계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하는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모여서 작당하고 의원총회를 열어서 ‘셀프제명’ 하는 것은 정당법 위반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주선 의원 등 바른미래당 의원 13명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안철수계인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을 비롯해 임재훈·최도자 이상돈 의원 등 9명을 제명했다.


참으로 가관이다. 결과적으로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정당법을 지키지 않는 불법을 자행한 셈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안철수계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계는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추진 중인 국민의당에 들어가기 위해 셀프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18년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당 내홍이 극한으로 치달을 당시,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사실상 '셀프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으려면 탈당을 해야 하는데, 비례대표들이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으려면 자진탈당이 아닌 출당·제명 조치를 당하는 형태를 취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창준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구 의원도 탈당하는 게 뽑아준 주민들의 뜻에 맞는지 따져봐야 된다. (더욱이) 비례대표는 당을 보고 전국적으로 국민이 표를 주셔서 당선된 것"이라며 "비례대표들을 출당시킬 권리가 당에 없다"고 일축했었다.


그런데 지금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셀프제명’하고 자신이 창당 준비 중인 국민의당으로 가려고 하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로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닌가.


가뜩이나 국회의원들의 ‘갑질’ 행위로 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밑바닥인 상황에서 이런 파렴치한 ‘셀프제명’까지 자행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인가.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당연히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헌 당규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금배지들이 끼리끼리 모이면 무슨 짓이든 다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말 당을 떠나는 게 소신이라면 금배지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을 따르는 게 맞다. 금배지에 집착하면서 마치 무슨 대단한 소신이라도 지닌 듯 위선 떠는 모양은 정말 꼴사납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의총 의결만으로 ‘셀프 제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점을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지역 정당’으로 회귀하려는 구태 세력들이 이른바 3당 호남통합을 거부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정말 치졸하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호남당‘, ’양당제 복귀 협상용 창구‘ 정당을 거부하는 손학규 대표가 옳다. 그런데 금배지들은 그런 대의명분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만 생각하고 있으니 그게 문제다. 역사는 이들의 행태, 정당법을 위반한 이들의 추태를 어떻게 기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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