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의 미국통신 13] 미국대통령의 나이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11-25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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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최근 트럼프대통령이 병원 검진을 연이어 받은 것이 알려 지면서 건강이상설이 나돌았다. 트럼프대통령은 나이가 70중반이 된 우리로 말하면 할아버지이다. 만약 비교적 젊은 나이의 대통령이었다면 병원 진단 받고 수술을 한 들 무슨 큰 이슈가 되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 만큼 바쁜 일정을 마다하고 병원에 검진을 받을 정도이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백악관은 일체 트럼프의 프라이버시인 건강관리 관련된 것에 대해 노 코멘트로 대하고 있다. 이러한 건강 이상설이 잠시 나오다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는 그를 보며 언론도 더 이상 이와 관련한 뉴스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의 질병은 직무수행에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주요 인사들의 건강의 상태에 따라 역사가 바뀌는 일도 있었다. 루즈벨트나 케네디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유권자들의 대통령후보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알 권리에 대하여는 최대한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건강은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특히 민주당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유세중 심장관련 수술을 받으며 대통령후보들의 나이가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샌더스와 거의 같은 나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우는 건강에 대한 질문에 대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반응이나 샌더스에 대해서는 직무 수행을 위한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높았다. 이는 미국대통령 후보에 대하여 나이를 거론하는 것은 직무수행과 관련한 건강의 측면이 높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무조건 나이가 많으면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과거 대선전에서 나이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재선을 노리는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과 맞선 월터 몬데일 민주당 후보 간의 토론 시 패널 중 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매우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되어 직무 수행 중 자신의 건강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벅차다는 이야기를 한 사례가 있는데 레이건 당신의 나이는 막중한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너무 나이가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였다. 이는 패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당시만 하더라도 70중반의 남자는 거의 은퇴하여 현역에서 활동하기에는 건강상 벅차다는 여론이 널리 펴져 있던 때였기도 하거니와 맞상대 후보 측의 공격 거리 중 하나가 상대후보의 연령이 대중들의 걱정거리가 되었기도 하다. 이에 대해 레이건은 다음과 같이 재치와 유머러스한 대답으로 청중을 웃음 짓게 만들고 더 이상 그의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을 명언을 남겼다. 레이건이 말하길 “ 나는 나이를 가지고 상대후보에게 공격 거리로 만들지 않겠다. 나이가 어려 사회경험이 부족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지 못할 거라고 하지 않겠다.” 관중들은 박장대소하며 질문자조차도 한동안 웃음을 참느라 다음 질문을 못 할 지경이었다. 상대후보인 월터 몬데일도 웃으며 레이건의 유모와 재치에 두손 드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아직도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레이건이 힝클리에게 총격을 당해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에도 주치의에게 당신 공화당이요? 하고 죠크를 던지며 분위기를 리드해 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듯이 레이건의 유머는 넘쳐난다. 레이건이 말했듯이 대통령이 될 사람의 자격으로 나이가 때로는 건강상의 핸디캡이 될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경험에서 얻어지는 지혜로움으로 볼 수도 있다. 젊음은 때론 신선함과 개혁성의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무경험에서 오는 불안정감과 성숙함의 부족으로 정치적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작정 나이가 많아서 혹은 적어서 이를 문제시 하고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나이가 많더라도 그의 경력이 정치적으로 일관적이고 신뢰 할 만하며 건강관리도 잘 해서 무난히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면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재선에 성공해 70대 후반까지 미국의 대통령직을 잘 수행한 로날드 레이건의 사례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 선거전에 나온 미국의 주요 후보들은 모두 다 70을 넘은 사람들이다. 비교적 젊은 워런 후보의 경우도 71세이다. 여기다 최근 민주당후보경선에 뛰어든 불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경우도 77세이니 가히 노인열전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나이를 가지고 걱정하는 미국의 유권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반대로 나이가 어리다고 득을 보는 후보도 없는 거 같다. 이처럼 미국의 정치에서 단지 나이나 정치를 얼마나 오래 했느냐를 가지고 정년퇴임 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퇴출시키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국의 경우는 선거 때만 되면 젊은 피, 세대교체 등을 외치며 30대등의 젊은 세대를 영입하는데 열심인 경우가 빈번하다. 때론 젊은 것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득이 되어 선거에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한국정치에서는 주요 결정요인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어떤 때는 3선 이상은 무조건 물갈이 식으로 공천 룰을 정하는 경우는 이미 익숙해 져 있다. 그러나 이는 곰곰이 생각 해 볼 일이다. 나이나 정치권에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자칫 우리 정치가 콘텐츠가 아닌 이미지로 승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책의 완성도나 지혜로움을 평가하지 않고 나이가 젊으니 좀 나으려니 하는 막연함을 볼 때 아직도 한국의 정치는 여론을 선동하고 서로 나눠 먹기식 권력분산에 집중하는 실수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한다.

이제는 백세시대가 현실화되어가는 추세이다. 의학의 발달이나 건강에 대한 관리 중요성 등에 힘입어 주변에서도 나이가 든 분들도 왕성히 활동하고 오랜 경험에서 오는 지혜를 가지고 젊은 세대의 모범이 되는 사회지도층들이 많이 계시다. 단지 고령화시대의 요구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정치가 내용과 정책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토의하고 대결하여 성숙한 정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이가 많아서 자랑도 아니지만 나이가 젊어서 무조건 낫겠지 하는 기대도 과거의 경험을 볼 때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치인의 주장과 그의 삶의 일치, 인격, 그리고 시대상황이 어떤 점을 요구하고 있는지 등을 잘 고려하는 것이 결국 국민에게 이득이 된다. 유권자들의 성숙한 태도가 좋은 정치지도자를 탄생시키는데 중요한 것이다. 우리정치사에서도 자신들이 젊을 때에는 40대 기수론, 나이가 들어서는 준비된 대통령 이런 식으로 나이를 가지고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 나이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최소화 하고 그의 삶과 인격, 정책의 성숙도를 심층 평가 할 줄 유권자가 되어야 하겠다. 오래되어 그 가치를 발휘하는 포도주처럼 나이가 들고 지혜가 가득 담긴 한국정치의 멋진 맛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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