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양당은 비례용 ‘하청정당’을 포기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3-17 1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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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로부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다.


오죽하면 황 대표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명단을 전달받고는 격앙된 표정으로 ”배신“ 운운하며 크게 화를 냈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겠는가.


그런데 참 희한한 노릇이다. 황 대표는 왜, 자기당도 아닌 남의 당의 공천 명단을 전달받고 불같이 화를 낸 것일까?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사실상 한 몸통에 머리가 둘 달린 괴물정당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배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한 대표를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여긴 듯하다. 


감히 하청정당이나 다를 바 없는 비례용 ‘위성정당’ 대표 주제에 원청정당 대표인 자신의 뜻을 어기고 공천을 제 입맛대로 한 점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실제로 미래한국당이 전날 비례대표 후보 46명(공천 명단 40명, 순위 계승 예비명단 6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통합당에서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인재들은 죄다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 있고 엉뚱한 사람들을 당선권에 포진시키고 말았다.


황 대표가 공을 들인 윤봉길 의사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비례대표 후보 21번을 배정받았다. 당선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또 탈북자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 대표는 예비명단에, 그것도 후순위인 4번에 겨우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심지어 황 대표가 영입한 김은희 테니스 코치 같은 경우는 아예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그 자리에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1번), 우원재 유튜브 채널 ‘호밀밭의 우원재’ 운영자(8번), 권애영 전 자유한국당 전남도당위원장(11번),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 국장(14번) 등 예상 밖의 인물들이 포진했다. 


그들 면면을 보면 미래통합당 득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강성 발언 등으로 오히려 악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오죽하면 통합당 내부에서 공천 재검토를 하지 않을 경우 한국당과 결별하고 통합당이 별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겠는가.


국민으로부터 ‘도둑질’이라는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비례의석 몇 석을 더 얻으려고 ‘꼼수’를 부리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만일 통합당이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독자적으로 비례후보를 냈더라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수도권과 TK 지역 등 접전지역에서 지역구 의석을 더 많이 얻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묘수’가 아닌 ‘악수’를 둔 셈이다.


더구나 옛 바른미래당에서 셀프제명한 비례대표 8명의 원대복귀를 요구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미래한국당 ‘셀프제명’ 역시 위법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한국당은 ‘위법정당’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총선 이후 당선자가 나오더라도 무효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더욱 난감한 지경에 처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용 연합정당이다.


민주당 비례연합정당 출범의 전제는 여러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하나의 플랫폼 정당으로 헤쳐모인 후 총선에서 당선되면 각자의 정당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례연합으로 당선된 뒤 원래의 당으로 원대 복귀하려면 선거법상 정당 해산 또는 제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셀프 제명은 아예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정당 해산의 경우 비례 연합명부의 효력이 상실돼 유사시 다음 순번 후보가 의원직 승계를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온갖 추태와 편법이 난무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어쩌면 그들이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즉 ‘민주당 2중대 정당’으로 남아 있는 게 유리하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의도적으로 방치할지도 모른다. 


비례대표 당선 후 통합당으로 복귀를 꾀하는 미래한국당도 비슷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통합당이 개별적으로 비례후보를 내는 게 맞다. 특히 민주당은 비례용 위성정당인 연합정당 창당을 포기하고 정도를 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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