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재난에 ‘부부간 만이라도 대리투표’ 가능하게 법고쳐야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3-14 17: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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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로 발길 내딛일 기운 잃은 ‘우울한 유권자들’의 주권 포기 나몰라라 안돼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지금 우리는 미증유(未曾有)의 재난인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일상(日常)이 붕괴되는 대혼돈에 직면해 있다.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있는지 몰라 ‘사람 만나기가 범 만나는 것보다 더 무섭다’는 공포가 민생을 짓누르고 있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재앙앞에 정치·경제·사회·선거 등 그 어떤 분야에서도 관행과 원칙만을 고집해선 안될 비상한 세태다.

이러한 고난의 시기에 우리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일(4.15 총선)을 맞게 됐다. 일반적으로 현대민주국가의 선거제도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네가지 원칙을 근간으로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자발적 격리’, ‘재택근무’ 등 ‘모임과 이동 그리고 접촉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엄중한 현실을 놓고 볼 때 유권자 모두(질병자 등 거소투표자 제외)가 투표소에 줄을 서야 하는 ‘직접투표’의 운영방식에 유연성(일시적 변형)을 가할 필요가 긴요해졌으나 정치권에서는 선거의 4대원칙이라는 전통적 가치에 함몰되어 이를 간과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에 필자는 4.15 총선이 이미 정해진 대로 진행 될 것임을 전제로 ‘코로나19 사태 관련 직접투표제(直接投票制) 한시적 완화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급제안(急提案) 하고자 한다. 즉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로부터 투표참여자간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코로나 사태에 정신적·경제적 충격을 받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 가정(家庭) 구성원들의 주권행사를 보다 용이하게 돕는 차원에서 ‘가정의 주체요 일심동체인 부부간 만이라도 4.15 총선에서 대리투표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즉 ‘부부 중 한 명이 배우자의 투표통지서를 본인의 것과 함께 지참하고 가서 2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투표’를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 한해 허용하자는 것이다.

‘부부는 하나다’라는 말이 있듯 사실 ‘부부는 정치적 견해(특히 투표성향)가 별다르지 않다’는 측면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난에 있어 부부간 대리투표는 직접선거원칙에 배치되는 문제가 아니라 직접투표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비효율적일 경우에 대한 보완(대안) 내지는 차선책이라 함이 옳다. ‘직접투표’가 ‘매표(買票)와 표도둑’ 방지에 효율적 제도임에는 틀림없으나 전대미문의 재난을 맞아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부정선거를 의심하듯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직접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면 과연 그 제도를 ‘완벽한 제도’, ‘정말 좋은 제도’라 할 수 있을까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회의원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한다(헌법 제41조)’는 민주선거의 원칙이나 이를 바탕으로 제정된 공직선거법의 취지에서 본다면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연기하는 경우는 상정(想定)할 수 있겠으나(공직선거법 제196조 선거의 연기), ‘전례없는 재난과 고난’이라는 특이한 사유로 공직선거법을 고쳐 한시적이나마 ‘부부간 대리투표를 허용하는 특례‘를 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 헌정사에서 대리투표가 허용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전례(前例)가 없어 전례를 깰 수 없다’는 고정관념 이야말로 난국 타개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될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재앙으로부터 안전과 생계를 지켜나가야 하는 긴박한 이 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래의 원칙이나 예규(例規)를 들먹이는 일’이 아니라 ‘전례없는 비상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살아야 원칙도 있고 제도도 존재’한다. ‘그 어떤 관행보다 사람이 먼저고 민생이 먼저’임이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삶이 극도의 곤경에 처한 최소한의 유권자를 일시적으로 배려하는 ‘부부간 대리투표 허용’은 주권행사의 포기 방지(투표율 제고) 등 민생 안정에 매우 유용한 조처가 되리라 확신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투표율은 꽃봉오리’라고 한다. 투표율은 그 자체로 당선인이 지니는 대표성과 정국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엄습한 지금 ‘사람들 다 죽게 생겼는데 선거는 무슨 소용’이라는 냉소와 절망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느 때와 같이 주권행사를 강조하고 독려만 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부터 생존과 생업을 지켜야 하는 절박한 여건속에서 투표소로 발길 내딛일 기운과 기분을 잃은 ‘우울한 유권자들’의 주권행사가 ‘부부간 대리투표라는 긴급처방(공직선거법에 한시적 특례조항 신설)’을 통해서 십분(十分) 실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주기를 기대한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20년(1999,경감),경찰학강의10년/저서: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탐정학,탐정업·탐정법,공인탐정·공인탐정법,경찰학개론,정보론,경호학,공인탐정제(문재인대통령공약)해설,민간조사업(민간조사)해설外/탐정제도·치안·국민안전 등 450여편의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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