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의 미국통신 12] 미국에는 없는 것, 한국에는 있는 것(버스에서 라디오 틀기)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11-19 17: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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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오래 전 미국인이 한국을 다녀가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한국에서는 버스를 타면 운전기사의 취향에 따라 라디오를 틀고 버스에 탄 승객들은 싫던 좋던 기사가 택한 라디오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당시 이 이야기를 듣고 제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사회가 너무 타인의 권리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 무감각 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은 심심한 버스 안에서 라디오 들으면 좋은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매우 의외였다. 필자도 대학에서 있을 때 아침이면 정문에서 연구실로 가는 길에 조용히 산책하려면 교내방송이라는 명목으로 걸어가는 모든 학교의 구성원은 그 방송을 들어야만 했다. 이 또한 비슷한 개인의 권리 침해인데도 이것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흔히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길거리에서 낮 뜨거운 애정행각도 하고 내 맘대로 하는 나라라고 착각한다. 필자도 유학을 위해 미국에 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자칫 자유분방 할 것이라 예상했던 미국사회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금기시 하는 분위기를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과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말 중 하나가 Excuse me! 라고 한다. 길을 지나가다가도 누구의 앞을 지나가려면 이 말을 한다. 길을 물을 때도 먼저 양해를 구하고 질문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복잡한 길을 가다가 몸을 부딪치면 의례히 이 말을 하고 비행기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옆 좌석의 사람을 지나가야 할 때도 이 말을 꼭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때 죄송합니다 하고 이야기 하나 미국사람들은 실례합니다를 말한다. 당연한 권리 행사를 미안해 할 이유는 없지만 양해해 달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미국사회는 자유의 정신을 강조하나 그 자유에는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하는 배려심이 포함되어 있다. 자유에 따른 책임의식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유가 오히려 나를 구속하는 불편함으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유를 편파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경험하고 있다. 버스에 타면 강제적으로 운전기사가 택한 방송을 듣도록 강요받는 현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언론이 편파적인 방송과 견해를 마음 놓고 해 대는 이 시대에서 그런 방송을 듣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못 견뎌 버스에서 내려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하철은 이런 고문에서 벗어나 좋다. 서울시의 버스는 방송뿐 아니라 방송화면을 통해 서울시의 생각을 학습시키는 듯한 내용들을 볼 때 가능하면 버스를 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대중교통에서 한국과 같이 특정방송을 틀거나 승객 간에도 자신의 핸드폰이나 라디오의 방송을 남에게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그런 법률이 있는지는 모르나 승객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엄중한 법위반으로 보는 것 같다.

최근 미국의 방송은 지나칠 정도로 정당정치에 줄을 서고 있다. 영국에서 경험한 것처럼 어느 방송이나 신문을 보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 집안 배경 등을 알 수 있었던 현상이 미국사회에서 요즘 목격하게 되는 경우다. 요즘 인기를 끄는 유튜브는 이러한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켜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고립되는 현상을 미국언론의 양극화 및 대립화속에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만약 미국에서 특정 방송을 대중교통수단 내에서 틀어 준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금 미국보다 더 지나친 편파적인 정치방송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편향된 정치관을 버젓이 대중교통에서 틀고 있는 것은 심각한 개인의 자유에 대한 훼손이고 공권력의 남용이다. 서울시의 경우 대중교통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버스 내에 동영상 화면과 여러 가지 뉴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교통방송이 원래의 교통안내 기능에서 벗어나 특정인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편향된 정치관을 시민들에게 학습하고 있으며 이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균형을 상실하고 팩트가 틀리는 정보에 속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사회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거짓 정보나 진실 되지 못한 언론이 판을 치고 있는 세대이다. 뿌리가 없는 사회가 이러한 거짓 정보에 농락당하고 갈팡질팡 하는 사람들을 양산해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에 대한 대비는 각 사람에게 철학적, 이념적 뿌리를 갖게 해 주는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그리고 가정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영향력이 큰 주류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듣고 판단하며 다양한 미디어의 선의의 경쟁이 허용되는 사회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국에서의 버스 안에서의 특정방송을 들으라고 강요 하는듯한 사회시스템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이런 건 헌법소원이나 개인의 자유를 방해하는 기업으로 처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법률가들의 조언을 듣고 싶다. 하루빨리 한국의 버스 안에서 나만의 사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버스 뿐 아니라 택시 그리고 관광버스에서도 남의 자유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없어지길 바라고 이것이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존중하는 국가로 가는데 필수적인 관문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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