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순천시장, "목 마른 사람에 물 한 모금 주는 신속함 필요"

한행택 기자 / hht@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5-11 17: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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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 '순천형 권분운동' 추진

▲ 권분 운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권분상자를 만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순천시청)

 

[순천=한행택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감염병 극복을 위한 전남 순천시의 '순천형 권분 운동'이 타 지자체에 귀감이 되고 있다.

'권분(勸分) 운동'이란 조선시대 당시 흉년이 들면 관청의 고을 수령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부유층에게재물 나눠주기를 권했던 미풍 양속이다.

이에 시는 이 운동의 일환으로 지역내 각계각층에서 성금을 모아 '권분상자'를 만들어 노인 등의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고 있다.

허석 시장은 <시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권분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 순천시 권분운동이 타 지자체에 모범적인 운동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어떠한 계기로 권분운동을 시작한 것인지?

권분이라고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나눔을 권장하는 것으로, <목민심서>에서 가지고 온 말이다.

지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모두들 어렵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넉넉한 사람들의 어려움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에 이 운동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부자들이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순천에서 가장 먼저 권분운동을 시행하면 좋을 것 같아 제안하게 됐다.

■ 언제부터 권분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나?

권분운동을 제안한 이후 1차 권분상자 작업은 지난 3월22일 시작돼 일사천리로 진행돼 1주일 만에 순천 시내 1000가구에 권분상자가 전달됐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는 '철부지급(轍?之急)'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목마른 사람에게 당장 물 한 모금을 주는 신속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순천시청 공무원이 정말 자랑스럽다.

■ 권분상자를 말 했는데, 상자에는 무엇이 담겨있나"?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가정에서 생활한다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할까에 대해 앞서 우리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의를 하고 연구했다.

이에 따라 이 상자에는 쌀, 라면, 계란, 김, 과일, 마스크 3매 등으로 구성돼 현재까지 1000상자씩 1~3에 거쳐 지급됐다.

이어 4차 권분상자 작업은 오는 17일에 예정돼 있다.

■ 어떠한 사람들이 권분상자를 포장한 건가?

매회 차 시 자원봉사 약 50여명이 팔마체육관에 모여 작업을 했다.

저도 상자 만드는 작업을 도왔는데, 그분들이 공장 라인처럼 너무 빠르게 작업을 해서 저 또한 빠르게 맞춰서 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 1000상자씩 세 번 나눠줬다는 말이죠?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상자를 받았나?

시는 평상시에 노인 50~100여명을 대상으로 매일 무료급식소를 운영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매일 식사를 해온 노인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노인들과 읍·면·동, 각 과에서 추천한 생활이 어려운 대상자들 포함해 총 1000여명을 선정, 권분상자를 지급했다.

이렇듯 권분상자는 일반적으로 취약계층에게 전달됐으며, 1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분량이 담겨있다.

■ 권분운동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된 것인가?

권분운동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부자들이 나눔을 하는 것이고, 목민심서에 보면 재난을 당했을 때 수령이 부자들에게 나눔을 권장했고 부자들이 나눔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까지 이야기를 써놨다.

이에 시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돕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고마운 성금들이 모였다. 이 성금들을 모아서 시가 권분운동의 재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 허석 시장이 '순천형 권분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순천시청)

 

■ 권분운동 기부 참여자들은 어디어디에서 온 건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각 계층에서 참여했다.

온정의 손길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했지만, 특히 제가 감동받은 것은 '순천시약사회'의 기부였다.

약사들은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면서 오히려 본인의 업무를 못할 지경이었고 욕도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힘들게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모아 1450만원을 권분운동에 기부했다.

■ 시장님이 직접 권분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건가?

아니다. 저는 그런 방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중앙부처 장·차관들이 한 것처럼 4개월 급여의 30%인 1000만원을 성금으로 기부했다.

제가 시작 순천대학교 총장도 500만원을 성금으로 전달했으며, 지금도 계속 동참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 권분운동에 참여한 단체나 기업들은 어떻게 권분운동 참여의 뜻을 전한건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권분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자료, 뉴스 등을 통해 연일 보도가 됐다.

이것을 보고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권분운동에 참여의 뜻을 전한 것이다.

■ 4차 권분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지가 궁금하다.

권분운동은 기부자, 봉사자, 수혜자 모두가 행복해지는 운동으로 기부하는 사람은 보람을 느끼고, 봉사하는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으며, 수혜자는 말할 나위 없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기부는 처음에는 한 두 곳씩 하다가 지금은 하루에 몇 팀씩 오고 있다.

또한 만나서 기부하는 분들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자가 늘고 있어서 현재 수십개의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앞으로 권분상자가 1000상자에서 더 늘어날 계획이 있는지? 언제까지 하는지?

1000상자보다 지원 대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의미가 아니니, 1000상자는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다. 앞으로는 점점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또한 앞으로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에도 부자들이 조금씩 나눔을 행하고 이렇게 모인 금액을 정말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따뜻한 도시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는 권분운동이 계속 이어져 순천을 대표하는 나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더욱 따뜻한 지역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 어려울수록 함께 이겨내자고 이 운동을 하고 있는 건데, 함께 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과거 선인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어려울 때 서로 도왔던 삶의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다.

순천시에서도 시와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28만 순천시민이 하나가 되는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

권분상자 자체는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것을 가지고 일주일 내지는 열흘을 생활하시는 노인들에게는 정말 값진 상자일 것입니다.

또한 이 상자를 만들 때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은 보람으로 가득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자원봉사도 계속 확산시킬 생각이다.

다른 도시로 퍼지면 좋겠지만, 굳이 권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다양한 표현을 통해서 이 가치가 우리 대한민국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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