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공인탐정”이란 호칭을 대한민국 법전에 올리려 하는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03-12 16:20:1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경찰청에 이어 지난해 12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서의 탐정업 신직업화 추진과 관련하여 탐정업을 ‘공인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소수 인원을 선발’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온 다양한 형태의 민간조사원 활동에 대해 ‘보편적인 관리’에 나섬이 옳을지를 두고 각계 각인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탐정제도 연구자의 입장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공인탐정법(안)’이 지닌 몇가지 부적정성에 대해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공인탐정’이라고 명명하여 대한민국 법전에 올림이 적정하다고 보는가>

‘탐정’이라는 호칭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음습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어감(語感)으로 탐정물(探偵物)이 아닌 현실속 직업(인)의 명칭으로는 ‘저속(低俗)’ 또는 ‘요주의(要注意) 인물’로 치부(置簿)되기도 함이 현실 아닌가! 이러한 ‘탐정’이란 용어 앞에 ‘공인’이라는 타이틀까지 하나 더 붙여 ‘공인탐정’이라고 명명하여 대한민국 법전에 올림이 적정하다고 보는가? 실로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탐정(探偵)’이란 호칭은 영어 ‘Private Investigator(PI)’를 일본에서 자신들의 풍토에 맞게 한자로 번안(飜案)한 것이다. 즉, ‘탐정’이란 명칭은 지구상에서 일본만이 사용하는 일본 직업인(職業人) 명칭이라는 얘기다. 거기다 탐정이란 용어를 만든 그들마저 ‘탐정(업)은 활동 패턴에 통일성이 없는 존재’로 평가하여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적정화의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어떤 경우이건 ‘탐정업은 관리(적정화)의 대상이지 공인(公認)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공인탐정법’이라는 이름의 실정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탐정법 제정이 공론화 된 17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11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9건은 철회 또는 폐기되고 현재 2건이 계류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의된 법안들마다 폐기된 법안을 베끼기라도 한듯 줄곧 ‘소수 인원을 선발하여 그들에게만 탐정업을 허용’하는 ‘공인탐정제’ 즉, 공인탐정법 제정에 함몰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법명부터 아예 ‘공인탐정법’이라 명명하고 그 법률에 따라 탄생한 탐정에 대해서만 ‘공인탐정’이라 칭하며, 그들에게만 ‘탐정권’을 부여하겠다는 발상으로 굳이 좋게 평가해 본다면 ‘최협의의 공인탐정제’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공인탐정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 ‘공인탐정법’이라는 이름의 실정법이 있는가? 세계적으로 ‘공인탐정’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어떠한 명칭의 법률(또는 조례나 규칙)이 됐건 그에 따라 면허를 받았거나 등록 또는 신고 절차를 거친 후 행정권의 지도‧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하면서 납세 등의 의무를 지는 탐정을 통칭하는 말’이다(광의의 공인탐정, 개념상 공인탐정). 이럴진데 우리의 탐정법 입법 주체들은 혹 세계의 탐정들이 모두 ‘공인탐정법’이라는 이름을 지닌 법률에 의해 선발(지명)된 ‘최협의의 공인탐정(실정법상 고유하게 명명된 탐정)’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고서는 많은 국민들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왜 공인탐정법 입법에 그렇게도 편착(偏笮)을 보여 왔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셋째, <‘공인제’한다 하여 음성적 탐정 사라지리라 보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

우리에게 어떤 형태의 탐정제가 적절할지를 판단함에는 우리와 법제 환경이나 생활상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심부름센터와 함께 음성적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일명 흥신소(興信所)가 1960년대 초 일본으로부터 국내로 들어 왔다는 역사성을 보더라도 일본의 탐정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일본의 경우 2007년에 민간조사업에 대한 법제화를 단행하면서 그 법 이름을 아예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라고 명명한 가운데 ‘일정한 제척사유가 없는 한 누구든 탐정업을 하되 타인의 사생활 침해 등 법익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하게 하라’는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한 ‘보편적 관리제’를 채택했다.

일본이 탐정업 직업화에 공인제(자격제)가 아닌 관리제(신고제)를 택한 까닭은 ‘탐정업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자위적 본능에 기인한 것’이라는 인식하에 ‘소수인원을 선발하여 탐정업을 허용하는 협의의 공인탐정제를 한다하여 음성적인 탐정업이 사라지리라 보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과 ‘실익이 거양되지 않는 공인제(허가제)보다 관리를 통한 적정화가 차리리 낫다’는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다수 선진국이 사설탐정을 직업화하게 된 과정과 궤를 같이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에 국민들은 긍정의 박수를 보냈고 어느 직역도 반대에 극렬히 앞장서거나 가로막지 않았으며 세계는 지금 일본의 탐정제를 높이 평가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

넷째, <‘공인탐정법(안)’이 아닌 ‘탐정업 관리법’으로 탐정업 직업화를 추진했더라면 오래전에 실현되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점증(만연)하고 있는 탐정업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더 이상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방임 할 수 없어 부득이 국민들의 생활 편익 도모와 권익 증진 차원에서 이를 적정히 관리할 세계적 추세에 걸맞는 탐정업 관리법 제정이 불가피해졌다’고 하면 이를 반대할 사람있겠는가? 즉 날로 진화하고 있는 재래(기존) “탐정업의 무절제(폐해)로부터 시민(의뢰자)들을 보호”하는 한편 탐정업이 지닌 ‘의문과 궁금 해소’라는 순기능을 사적(私的)문제 해결에 제공 또는 활용함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탐정업(민간조사업)의 대원칙과 수단‧방법 등 기준을 마련하는 일(탐정업관리법 제정)이 절실해졌다’고 설명하면 누가 이를 반대하고 저지하려 하겠는가?

지난날 탐정업 직업화 추진 과정에서 입법 주체들이 국민적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거나 반대론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이 너무나도 허술하고 미진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탐정업 관리법’을 통한 탐정업 직업화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설득한다면 ‘공인탐정법’ 제정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이제 긍정으로 돌아 서리라 본다. 치안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갈 때 질 좋은 치안을 기대할 수 있듯 탐정업 직업화(탐정업 관리법 제정)에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열린 자세만 있다면 이는 결코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는 일이라 확신한다.

다섯째, <탐정을 시험 성적순으로 뽑는 공인탐정제는 유능한 실무형 탐정들을 ‘닭쫓던 개’ 신세로 전락 시킬 소지 다분해>

한국에서 공인탐정시험이 시행된다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 변호사자격을 취득한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이 변호사업의 시너지효과 극대화와 미래 비전 차원에서 공인탐정자격을 취득해 두려 대거 응시할 것으로 보며, 법무법인(또는 단독 변호사 사무실)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변호사 사무장들 간에 본격적인 공인탐정자격 취득 붐이 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경찰 등 공무원시험 준비생들과 검‧경의 학구파 현직 공무원, 법학도 등을 비릇한 고시 탈락파들이 대거 가세하여 매년 공인탐정 선발 인원수를 가수요자(假需要者)이거나 탐정업 비전문가인 이들이 거의 차지하게 될 것이라 단언한다.

즉, 시험 성적순으로 탐정을 공인하는 공인탐정제가 도입되면 수사나 정보 등 다양한 경험으로 현장업무에는 최상의 역량을 발휘 할 수 있으나 손에서 책을 놓은지 오래된 장년층 검‧경의 퇴직자나 오랫동안 이론보다는 현장 중심으로 문제해결에 높은 역량을 발휘해온 ‘현장파’ 등 진정 한국형 사립탐정의 요체가 되어야 할 그들은 ‘실무에 비해 비교적 시험에 약할 수 밖에 없어’ 탐정업의 신직업화가 자칫 그림의 떡이 되어 공인탐정제의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하게 되는 괴리와 허탈을 맛보게 될 소지가 농후함을 미리 경고해 두고자 한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20년,경찰학강의10년/저서: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제도(사립탐정)해설,민간조사학(탐정학)개론,경찰학개론,정보론外/탐정업(탐문지도사,사설탐정,자료수집대행사,민간조사사,공인탐정 등 민간조사원)과 탐정법(공인탐정법,민간조사업법) 등 탐정제도와 치안·국민안전 등 관련 400여편의 칼럼이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