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가 아니고 ‘반문특위’라고?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3-24 11: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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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였다.”

이는 반민특위 활동을 마치 '국민 분열'의 원인으로 묘사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기발한(?) 해명이다.

반민특위는 1948년 8월 헌법에 따라 일제 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설치한 특별위원회다.

비록 친일파와 결탁한 당시 이승만 정부의 방해 등으로 1년 만에 와해 됐지만, 해방 후 첫 번째 있었던 친일청산의 주체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긍정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거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거나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주실 것을 말씀 드린다"는 등 마치 반민특위의 ‘친일청산’ 활동이 '국민 분열'의 원인이나 되는 것처럼 묘사했다.

이에 독립유공자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격노했다.

지난 22일에는 올해 101세를 맞이한 독립유공자 임우철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들 20여명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임우철 애국지사는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 658인이 이름을 올린 성명서를 떨리는 목소리로 대표 낭독했다.

그는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이 시점에, 자주 독립국가의 완성을 위한 열망에 소금과 재를 뿌리고 반민특위의 숭고한 활동을 역사왜곡하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더불어 국민들에게 무한한 실망감을 안겨준 나경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이름으로 요구한다”며 의원직 사퇴‘와 대국민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과거 나경원은 일왕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는 행동 등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서 토착 일본왜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앞서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외, 한국여성사학회 등 29개 역사단체도 지난 19일 공동성명을 통해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하는 자가 속한 나라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반민특위를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합리화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 색출해서 전부 친일 수구로 몰아세우는 이 정부의 ‘반문 특위’를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런 황당한 해명이 오히려 분노로 타오르는 국민의 가슴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나 원내대표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다분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반문특위가 언제 어디에 설치하여 운영되었다는 건지 처음 듣는 말”이라며 “참 정직하지 못한 나쁜 사람”이라고 질책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저걸 변명이라고 주절거린다”며 “토착왜구란 소리가 왜 나오는지 반성하라”고 쏘아붙였다.

뿐만 아니라 “‘주어가 없다’는 명언에 이은 또 다른 명언”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고, “구차하게 거짓 변명하지 마라. 국민을 바지저고리로 아느냐?”는 질책도 있었다. 물론 나 원내대표의 해명에 공감을 표하는 누리꾼도 일부 있었으나 그 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스로 “해방 후에 반민특위“라고 언급해 놓고는 ”2019년 반문특위“라고 해명하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러면, 나 원내대표는 왜 ‘반민특위’를 폄훼하는 강성발언을 했던 것일까?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최근 모습을 보면, 발언의 수위를 높이면 논란을 부를지라도 지지율은 올라간다는 자신감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는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논란이 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면 누가 이렇게 만든 것일까?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한국당의 ‘막말’을 속 시원하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는 결코 대한민국의 정치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으로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어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무능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한국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정치를 바로 잡기위해서라도 국민은 바른미래당과 같은 제3지대 정당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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