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정치현실 ‘토사구팽’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1-03 16: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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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승패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계절, 치열한 경쟁의 끝자락인 만큼 승전의 쾌거나 패배에 대한 회한이 넘치고 있다.

승전은 1인자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그의 최대 조력자인 2인자에게는 암묵적으로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지위를 부여해준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절대 권력의 정점에 서는 1인자의 삶은 물론 1인자와 영광을 함께하는 2인자에게도 확실한 보험을 제공해주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인자의 ‘행복시작’을 보장해주는지 여부는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아닌 쪽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실제로 2인자는 권력이 손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운신의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

2인자를 향해 밀려드는 내우외환의 풍랑도 만만치 않다.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사성어가 있다.

바로 토사구팽이다.

토사구팽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한신의 경우를 보자.

초나라 항우를 누르고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유방의 일등공신 한신은 처음엔 공로를 인정받아 초왕의 자리에 봉해졌다.

그러나 비극은 유방이 군의 총사령관이었던 한신의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서 시작됐다.

유방은 한신을 제거하기 위해 그의 친구인 ‘종리매’를 이용, 한신을 처형하고 만다.

종리매는 과거 항우의 부하이면서 유방을 괴롭혔던 전력의 소유자로 당시 한신에게 의탁하고 있던 친구다.

한신은 초왕의 자리에서 회음의 제후로 강등 당한 후 고민 끝에 부하들 만류에도 불구하고 종리매의 머리를 들고 유방의 부름에 응했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

유방 측 음모에 넘어간 결과다.

한신은 죽기 직전 ""과연 사람의 말과 같구나. 교활한 토끼가 죽으니 좋은 개는 삶겨지고, 높이 날던 새가 사라지니 좋은 활도 저장되고, 적국이 깨어지니 지략있는 신하도 죽는구나! 천하가 이미 정해졌으니 나도 진실로 삶겨짐이 당연하구나! ""라는 말을 남겼다.

토사구팽의 어원인 셈이다.

우리 역사에도 조선조 설립을 주도했던 삼봉 정도전이 권력의 암투 속에서 제거됐고 현대 정치사에서도 YS에게 당했던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나 YS, DJ에게 2연타로 당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남긴 비운의 ‘토사구팽’론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대선의 회오리가 훑고 지나간 작금의 대선판에서도 어김없이 ‘토사구팽’의 씁쓸함이 재연될 조짐이다.

대선 기간 동안 명실상부한 2인자로 이명박 당선자의 대선 일정을 도왔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근황을 보니 그렇다.

박 전 대표는 얼마 전 이명박 당선자가 후보시절 정치적 동반자라고까지 추켜세웠던 인물이다.

이 당선자에게 박전대표의 도움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종료된 지금에 와서 그녀의 위상은 명백히 달라졌다.

내년 4.9 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공천룰을 요구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맥없이 허공에 흩어진다.

여차하면 또 다른 선택을 결행해야 하는 2인자의 고독이 감지된다.

비정한 정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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