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김관영 물음에 답하라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5-07 13: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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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 내에서 유승민계 의원 전체가 김관영 원내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7일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이 가세했다. 그렇게 해서 총 15명이 의총서명요구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지금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고 원내대표직을 던지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이들의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계파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 때문에 당이 연일 시끄럽다"면서 “계파정치가 당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창당 정신에 반대되는 해당 행위”라며 "원내대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퇴를 요구하며 몰아내려는 것은 김관영을 몰아내고 당권을 확보하겠다는 집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유승민 의원 등 당을 흔드는 세력을 향해 아주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다음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달 것인가, 2번과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2번으로 나갈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진 후 김 원내대표는 "모두가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기호 3번을 달고 한국당·민주당과의 연대·통합 없이 당당히 총선에 나가서 심판을 받겠다는 의사표시를 한다면 저는 즉시 관두겠다. 저의 존재가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기호 3번을 달고 선거에 임하는데 있어서 장애가 된다면 언제든지 관두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당제를 지켜내는 개혁정당이냐. 한국당과 함께하는 반개혁 연합이냐. 확실히 답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지금 손학규-김관영 퇴진론을 주장하는 측이 자한당과의 연대나 통합이 아닌, 제3당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 기꺼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쿠데타에 합류한 의원들 모두가 ‘내년 총선에 기호3번으로 출마하겠다. 그 약속을 어길 경우 정계은퇴 하겠다’고 공식선언하고 서명날인해 주면 그만이다.

스스로 당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그 주장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그걸 못해줄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건 자한당과의 연대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는 세간의 의구심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마도 그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그런 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그토록 바라고 염원하는 한국당으로 들어가는 길을 스스로 원천봉쇄하게 되는 탓이다.

실제로 가장 먼저 손학규 퇴진론 깃발을 들고 나왔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관영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소인배 정치" "초점 흐리기"라고 강력 비판했다.

참으로 의아하다. 김 원내대표는 초점을 흐린 것이 아니라 그 초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당내 갈등의 본질이 ‘자한당 2중대’가 되거나 ‘자한당과 통합‘을 갈망하는 세력 대 제3당으로서 당당히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세력 간의 갈등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어려운 상황임에도 “원내대표직을 던지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대인배 정치‘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는가.

사실 ‘제3당’의 정통성은 국민의당에 있다. 국민의당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를 중심으로 많은 세력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거대 패권양당 후보에 맞서 힘겨운 선거를 치렀으나 당당히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제3당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다당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반면 유승민을 중심으로 하는 바른정당은 옛 새누리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침몰위기에 처하자 재빠르게 탈출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정당일 뿐이다. 따라서 바른정당 출신 당원들은 제3당에 대한 애착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국민의당 출신 당원들은 ‘제3당’에 대한 애착심이 실로 대단하다.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이 유승민계에 투항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원들이 흔들림 없이 손학규 체제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소위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의 소명의식이 일개 평당원들보다도 못하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각설하고 나도 한번 묻자. 유승민.하태경. 이태규, 그대들은 ‘3번’을 달고 총선에 나갈 각오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내일 당장이라도 한국당에서 받아준다면 거기 들어가 2번을 달고 출마할 생각인가. 죽어도 3번을 달고 출마하겠다면, 김 원내대표가 당장이라도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데, 구질구질하게 이런저런 온갖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가면서 의총소집을 요구할 까닭이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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