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뭐기에

안은영 / 기사승인 : 2011-03-31 15:41: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정치ㆍ행정부장 이영란
유난히 자살 소식이 잦은 요즈음이다.

그 중 김병대 전 하남시의회 의장의 有故는 착잡함을 더하게 한다.

그는 지난 27일 3시20분경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하루 만에 명을 달리하게 됐다. 극단적 선택으로 50년 남짓 살아온 자신의 삶을 정리한 그에 대해 다들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로 하여금 미련없이 생을 내려놓게 한 배경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넘치고 있다.

사건 이후 지역에서 떠돌고 있는 그에 관한 얘기들을 종합하자면, 그는 군대 생활을 빼고는 단 한 번도 하남시를 떠나 본적이 없는 전형적인 ‘하남 토박이’다. 82년 군 제대 직후 한나라당 전신인 민정당에 입당하면서 정당인의 삶을 시작한 이후 단 한 번의 당적도 이동한 적이 없이 올곧게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을 지켜온 인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의 당성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3대 하남시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4ㆍ5대에도 연속 당선됐고 특히 5대 의회에서는 전ㆍ후반기 의장을 역임한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그런 그가 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삶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을까?

주변에서는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받지 못한 상실감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당시 현역이었던 그는 광역의원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의 깊은 우울증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평생을 바쳐 온 한나라당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이 그를 괴롭혔던 것 같다. 현직을 떠난 그가 체감했을 현실적인 ‘냉기’도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인은 자신의 낙천 사유를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고인이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대로라면 그는 자신이 낙천한 결정적 사유를 ‘화장장 유치 찬반으로 지역이 달아오르던 당시, 찬성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현 당협위원장과 화장장에 대한 입장이 같지 않아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오래도록 억울해 했다는 것이다.
사실 정치인은 누구나 공천을 받을 수도 있고, 낙천할 수도 있다.

단지 낙천됐다는 이유만으로 극단적인 선택이 합리화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과 관련된 공천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다.

바로 화장장 유치 문제다.

여러 정황들을 미루어 보건데 하남시에 화장장을 건립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 위원장과 고인이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 지난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주민분열로 이어진 하남 지역 화장장 유치 건은 비록 불발로 끝났지만 당시 찬성입장이었던 해당 자치단체장과 몇몇 지방의원들은 전국 최초로 주민소환 투표 대상이 되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화장장 유치에 성공했다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고인의 화장장 유치 찬성 입장은 지역 정치인으로서 지역 주민을 위한 나름의 정치적 소신으로 재평가 돼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문상을 갔던 상가에서 이헌재 한나라당 하남시 당협위원장이 유족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것도 이 같은 정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고인의 딸이 이 위원장에게 “아버지를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소동도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유가족들은 그 때의 사적 감정 때문에 고인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원망을 쏟아놓는 것 같다.
물론 이 사건의 진실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정치가 뭐길래 이토록 사람을 극단으로 내모는 건지 씁쓸하기 그지없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