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손학규의 앵무새인가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7-15 10: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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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아주 다급하게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청와대 회담을 제안하는 동시에 대일특사를 파견하는 등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범국가적 대책기구’로서 민관정 협력 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주 바람직한 제안이고, 긴급 기자회견을 할 만한 내용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박수를 보내기보다는 ‘피식’ 실소(失笑)가 터져 나왔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이미 5일 전에 제안했던 내용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따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이날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 등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청와대 회담을 제안한다”면서 “실질적 논의가 가능하다면 우리 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회담이라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그동안 반대했던 청와대와 5당대표 회담 수용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안은 손학규 대표가 이미 지난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안한 것으로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실제로 당시 손 대표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요구했다.

그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확산될 조짐만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 본인도 인정했듯이 이번 사태가 맞대응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한일 양국의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라며 여야5당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도 이 회동에 참여할 것을 당부한다"며 "정부와 민간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이념과 진영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황 대표가 마치 자신이 처음 아이디어를 낸 듯 ‘제안 한다’고 말할 게 아니라 ‘손학규 제안을 수용 한다’고 해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또 황교안 대표가 이날 "서둘러 대일특사를 파견할 것을 대통령께 강력히 요청한다"며 "이 문제는 결국 외교적으로 풀 수밖에 없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역시 손 대표가 이미 요청했던 것이다.

실제로 손 대표는 "일본 특사를 보내 문제를 해결할 실무적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며 “외교적 해결 노력은 정부가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황 대표가 "정부와 경제계, 그리고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정 협력 위원회’ 구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며 ‘범국가적 대책기구’마련을 주문한 것 역시 손 대표의 제안이었다.

당시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대일 전문가, 전·현직 외교관 등으로 구성된 범 대책기구를 만들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한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단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황 대표는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들, 손 대표가 이미 5일 전에 제안했던 내용들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따라 읊조린 셈이다. 그런 것을 가지고 ‘긴급’ 기자회견이라며 호들갑스럽게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시시각각변하는 국제사회에서 5일 이라는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만일 손 대표가 5일 전에 같은 제안을 했을 때, 황 대표가 즉각 수용했더라면 우리 한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그만큼 축소시킬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아쉽다. 더구나 다른 정당의 대표 제안을 마치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인양 도용하는 것을 옳지도 못하거니와 정치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아무튼 뒤늦게나마 황 대표가 손 대표의 제안에 공감을 하고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담을 수용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회담을 통해 경제문제[에 초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손 대표가 제안했던 것처럼 즉각 대일특사를 파견해 이 문제를 외교적인 해법으로 풀어나가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일 전문가, 전·현직 외교관 등으로 구성된 범 대책기구를 만들어 정부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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