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가 법을 만드는 무법자냐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7-17 14: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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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경찰은 패스트트랙 고소고발과 관련 자유한국당 13명, 더불어민주당 4명, 정의당 1명 등 국회의원 18명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다.

이에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경찰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국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등 4명의 의원에 대해 지난 6월 말부터 피고발인 신분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1차·2차 소환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금배지들의 ‘갑질(甲質)’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히려 '패스트트랙' 경찰 수사에 응한 민주당·정의당 의원을 향해 "출석놀이로 경찰의 야당 겁박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한심한 행태"라고 비난하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사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 의안과 안팎을 점거해 의안 접수를 원천봉쇄하는가 하면, 팩스 등 기물과 집기를 파손시켰다. 또한 사법개혁특위위원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감금하기도 했다. 그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고 금배지라고해서 법 앞에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회의원들은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으로서 일반국민들보다 더 엄격하게 법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어제 경찰 소환조사에 응하고, 오늘 민주당 표창원ㆍ송기헌ㆍ윤준호 의원이 경찰에 출석한 것은 이런 연유다.

국회 패스트트랙은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로 엄격한 처벌 규정을 갖고 있다.

실제로 국회법 166조(국회회의방해죄)에 따르면,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만일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될 경우,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설사 그 이전에 형이 확정되지 않아 출마하고 당선됐더라도 나중에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엄격한 법을 만든 건 다름 아니라 국회의원 자신들이다. 자신들이 만든 법에 의거해 고소ㆍ고발해 놓고는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 무법자’가 되어서야 쓰겠는가.

그런데도 한국당은 '야당 탄압'이라며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이게 왜 야당 탄압인가.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고소ㆍ고발을 취하하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적용 대상이 아니다. 설사 여당이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사법부는 이 문제를 계속 수사할 수밖에 없다. 적당히 ‘정치적 해법으로 풀자’며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범법자라면 그가 설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 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금배지들은 자신들이 법 위에 군림하는, 그야말로 ‘법을 만드는 무법자‘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당만 금배지들이 ‘갑질’하는 게 아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금배지들의 횡포가 지나치다.

당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헌.당규에 의해 38만명의 당원들이 선출한 손학규 대표를 고작 24명의 국회의원들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당 대표 퇴진’을 원내대표 경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갑질 중의 갑질’이다. 아마도 그들은 금배지 하나의 권력이 당원 2만명보다도 훨씬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오만한 생각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한국당 의원들은 즉각 소환조사에 응해 법적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제대로 준수하라는 말이다.

또한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당원 위에 군림하려는 작태를 버리고 당원들이 선택한 손학규 대표 체제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금배지가 ‘법을 만드는 무법자’임을 증명하는 인식표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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