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계 정계에서 퇴출되나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7-24 14: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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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에 있는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내년 총선 이후엔 바른정당계가 정치권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당에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에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내정되자 바른정당 출신의 복당파 의원들은 “또 친박이냐”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우선 당장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걱정해야 하는 딱한 지경에 이르렀다.

바른미래당에선 바른정당 출신들이 일부 국민의당계 의원들을 포섭해 당권장악에 나섰으나 유승민 의원이 직접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에게 ‘손학규 퇴진안’마련을 요청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쿠데타의 성공을 기대하기는커녕 ‘구태’ 세력으로 낙인찍힐 상황에 처했다.

먼저 한국당 내에 있는 바른정당 출신들이 처한 사정을 들여다보자.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에서 단행된 인사 대부분이 친박 성향 의원들에게 기울어져 있다.

실제로 사무총장과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에 이어 이번에는 사개특위위원장마저 친박계가 차지했다.

당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 자리는 당초 바른정당 출신의 복당파 이진복 의원이 거론됐지만,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친박계 재선인 박맹우 의원이 임명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경우는 당초 복당파 황영철 의원이 남은 임기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재원 의원이 경선을 주장한 것을 원내지도부가 받아들였고, 결국 친박계 재선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사개특위위원장의 경우는 판사출신인 복당파 주호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역시 친박계 유기준 의원에게 밀렸다.

심지어 이미 임명된 복당파 인사마저 친박계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은 복당파 김세연 의원이 임명됐다. 그러나 김 의원이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게 되자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김세연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한국당에 복당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그야말로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딱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 4월 총선 공천까지 이어질 경우, 학살 대상은 결국 영남권 복당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면 바른미래당 내에 있는 바른정당계 출신들은 어떤가.

일부 국민의당계 출신 의원들을 포섭한 탓에 금배지 수에서는 손학규 대표보다 앞서고 있지만, 당원들이 손 대표의 곁은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따라서 유승민.안철수 연합군이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무리하게 당권을 빼앗으려다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져 나왔고, 급기야 유승민 의원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딱한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낮은 당 지지율을 문제 삼아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지지율이 떨어지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오신환 원내대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관영 의원이 원내대표 재임시절에는 국회에서 주도권을 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중재하고, 때로는 견인하는 모습을 보여 당 지지율이 10% 안팎에 달했으나 오 원내대표 당선 이후 존재감을 찾기 어렵게 됐고, 그로 인해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는 게 정설이다.

결과적으로 명분 없는 쿠데타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게다가 혁신위원회는 혁신안을 만들지 않고 유승민 의원과 이혜훈 의원 등의 압력에 의해 ‘퇴진안’을 만들었다는 제보와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쿠데타에 가담한 일부 국민의당계와 함께 25일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마련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한국당에 들어가려니 그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개별적인 입당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지금은 ‘도로 친박당’화가 가속화 되면서 그마저 어렵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 이후 ‘바른정당’ 출신이라는 딱지가 붙은 정치인들은 여의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자업자득이다.

만일 바른정당 출신들이 한국당에 복당하지 않고, 또 바른미래당에 있는 바른정당계가 당권에 욕심을 내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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