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양심에 화인 맞은 자’인가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08-06 14: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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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화인(火印)은 ‘불도장’, ‘인두’란 뜻이다. 즉 불에 달구어진 인두로 짐승이나 노예의 살갗에 찍은 흔적을 말하는데, ‘화인 맞았다’는 의미는 불 인두로 지져져 기능이 마비된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성경이 말하는 ‘양심에 화인 맞은 자’는 죄에 대한 찔림과 각성이 전혀 없는 사람, 죄에서 돌이킬 가능성이 제로에 근접한 사람이다.

사도 바울은 사악한 시대나 말세에 거짓 교사 및 그 추종자들을 가리켜 ‘화인 맞은 양심’(딤전 4:2)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화인 맞은 양심’이란 양심이 인두로 지져져 기능이 마비되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런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성경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혹시 그런 상태에 놓인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 의심을 가질만한 합리적인 정황근거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해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분노를 느낀다"며 혁신위 출범 열흘만에 사퇴한 바 있다. 당시 주 전 위원장은 ‘검은 세력’이 ‘손학규 퇴진안’을 만들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밝히면서도, 그의 입장이나 위치 등을 고려한 탓인지 그가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당에 충격적인 제보가 들어왔고, 임재훈 사무총장이 그 제보사실을 폭로했다.

임 사무총장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이 주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 “손학규 퇴진 이외에는 아무런 혁신안도 의미가 없다”며 ‘손학규 퇴진안’을 만들도록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 의원은 쉽게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주 전 위원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 진위파악이 어려운 ‘퇴진안 요구’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그러자 주 전 위원장이 지난 4일 본인이 직접 나서서 "지난달 7일 저녁 이혜훈 의원이 만든 자리에 절충과 담판의 기대를 갖고 나갔지만 크게 실망했다"며 "(유승민) 의원은 지도부 교체 이외 다른 혁신안들은 모두 사소하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였다.

만일 유승민 의원이 정말 당권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 문제가 유 의원 측의 ‘물 타기’ 수법으로 인해 진실공방으로 흘렀을지도 모른다.

물론 일부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고 양비론을 전개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대세는 유승민 의원의 잘못으로 귀결되어 가는 형국이다. 왜냐하면 당권에 대한 유 의원의 집착은 이미 정가에선 파다하게 소문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 의원이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한 결정적 계기가 우습게도 자신에게 당 대표에 해당하는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리고 바른정당에서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연기를 요청하는 동료의원들의 애원을 뿌리치고 전당대회를 강행해 결국 당권을 거머쥐긴 했지만, 33명에서 출발한 바른정당이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되었을 땐 이미 많은 동료의원들이 그의 곁을 떠나버려 고작 9명의 국회의원만 남았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바른미래당 내홍 역시 유 의원의 당권 욕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의심을 갖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 의원이 주 전 위원장을 만났다면 당연히 ‘손학규 퇴진안’을 요구했을 것이란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더구나 유승민 의원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혜훈 의원은 조용술 전 혁신위원을 만난 사실과 그에게 ‘손학규 퇴진’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한 마당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그것은 ‘압력’이 아니라 ‘소신’이라는 취지의 황당한 변명을 했지만, 당대표 퇴진을 요청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진 셈이다.

그러면 왜, 이 의원은 ‘손학규 퇴진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일까?

조용술 전 위원에 따르면, 이혜훈 의원이 자신을 국회정보위원장실로 불러서 “우리 당을 개혁보수로 포장을 잘해서 몸값을 잘 받게 해 달라. 자유한국당과 통합에서 몸값을 잘 받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즉 자유한국당에 갈 때 몸값을 뻥튀기해야하니까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는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손 대표가 물러나면 유 의원이 당권을 찬탈해 한국당과 통합논의를 하고,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유승민 의원의 발언에서도 ‘당권찬탈’에 대한 의지가 은연중에 노출됐다.

유 의원이 "자유한국당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개혁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면 오늘이라도 당장 합칠 수 있다"며 여러 차례 한국당에 구애의 손짓을 보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 대표도 아닌 일개 의원이 ‘오늘 당장이라도 합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유 의원은 그때 이미 당권찬탈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가 “자유한국당에 당 갖다 바치는 것 몸 바쳐 막겠다. 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은 포기하라”며 “가려면 (당을 들고 갈 생각 말고) 혼자서 가라”고 꾸짖은 것은 당 대표로서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사실 이쯤 되면 아무리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게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유 의원은 마땅히 고개 숙이고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고개를 뻣뻣이 치켜세우고 있다. 성경에 기록된 ‘양심에 화인 맞은 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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