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유승민, 물밑 거래설 ‘모락모락’

고하승 기자 / 기사승인 : 2019-08-07 12: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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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대표가 정리되면 유승민이 이끄는 바른미래당과 통합하겠다.”

이는 자유한국당 원내사령탑인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 계열과 나 원내대표나 한국당이 구체적인 얘기를 진행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며 “그러지 않고 어떻게 나 원내대표가 그런 얘기를 하나”라고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유 의원에게 “'나는 손학규 퇴진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여의도 정가에서는 바른미래당 유승민계가 한국당과의 사전교감 아래 쿠데타를 일으켰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한국당의 누구를 창구로 교감을 나누고 있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었다.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나 원내대표의 이번 발언으로 유승민계 한국당 창구는 나경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나 원내대표는 굳이 그런 사실을 숨기려 들지도 않았다.

실제 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과 통합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면서 “유승민과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여기에서 그쳤다면 유승민과의 물밑 거래설은 그저 여러 뜬소문가운데 하나로 치부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경원은 ‘통합 시점’에 대해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가 당이 정리된 뒤”라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그러면서 “(손학규가)정리되면 유승민과 그가 이끄는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통합할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현재 바른미래당에선 오신환 원내대표 등 유승민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하는 쿠데타가 발생했다. 그들의 목적은 당권을 장악한 후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한국당과 통합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승민계가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을 만나 ‘손학규 퇴진안’을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고, 이에 대해선 이혜훈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 유승민계 의원들도 부인하지 못했다.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나경원은 그렇게 해서 손학규가 물러나고 유승민이 바른미래당을 이끄는 시점이 되면 통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나 원내대표는 이미 유승민계가 쿠데타를 일으킨 목적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유승민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 후 몸값을 올려 한국당에 들어 올 것이란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란 뜻이다.

그 징후가 나경원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대구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은 지역정서상 자신의 지역구에서 재출마한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경원은 유승민에게 서울 출마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살길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합이 되면 그의 몸값을 올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실제 나 원내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유 의원에게 서울의 특정 지역구(지역명을 구체적으로 언급)를 전략공천하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막연히 ‘수도권에 출마하라’, 혹은 ‘서울에 출마하라’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서울 어느 지역구를 지정하면서 ‘전략공천’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는 나경원과 유승민의 사전 교감, 혹은 사전 물밑거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사실을 감지한 손학규가 바른미래당 사수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 대표는 “한국당에 당을 가져다 바치는 것만은 제 온몸을 바쳐서라도 막겠다”며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으로 가시려면 혼자 가라, 바른미래당을 끌고 갈 생각은 진작에 버려야 할 것"이라고 꾸짖었다.

임재훈 사무총장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는 어떠한 일이 있어서 바른미래당을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나경원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설사 어떤 물밑거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계획은 성사되기 어렵다. 즉 유승민 의원이 당권을 장악한 후 한국당에 몸값을 올려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유승민 의원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당권 욕을 내려놓고 손학규 체제에 힘을 보태 바른미래당과 생사를 함께하는 정의로운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몸값을 올려 받지는 못하더라도 한국당에 들어가 비굴한 정치생명을 이어 갈 것인지 택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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