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당파 vs. 구당파

고하승 기자 / 기사승인 : 2019-08-08 12: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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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 내홍은 단순히 당권을 찬탈하려는 ‘퇴진파’와 당권을 지키려는 ‘당권파’간의 충돌이 아니다.

내홍의 본질은 당권을 장악한 후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자유한국당에 팔아넘기려는 ‘매당파’와 비록 험난한 길일지라도 다당제의 안착을 위해 바른미래당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구당파’간의 갈등이다.

현재 유승민, 이혜훈, 하태경 의원 등 옛 새누리당 출신들은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고 당권을 찬탈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상태다.

실제로 하태경 의원은 지난 달 7일 유승민. 이혜훈 의원과 함께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주 전 위원장에게 ‘손학규 퇴진안’을 요구하는 등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실토했다.

그러면 옛 새누리당 출신들은 왜 손학규를 몰아내지 못해 그토록 안달이 난 것일까?

조용술 바른미래당 전 혁신위원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의 측근 이혜훈 의원이 지난 달 9일 오후 4시경 국회 본청 6층 정보위원장실로 자신을 불러 “한국당과 통합하려면 잘 포장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며 손학규 몰아내는 일에 협력해 달라는 취지의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즉 손 대표를 몰아내고 당권을 장악한 후에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한국당과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나 원내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손학규 대표가 정리되면 유승민이 이끄는 바른미래당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즉 바른미래당 내 옛 새누리당 출신들의 쿠데타가 성공해 손학규 대표가 물러나고 유승민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는 시점이 되면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 그는 바른미래당에서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목적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오랜 지인에게 국회출입을 허락해 주었고, 그 지인은 국회 내에서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는 불법시위를 벌이다가 끌려 나간 일도 있었다. 한마디로 나 원대표가 바른미래당 쿠데타 세력을 지원한 것이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할 때에 유승민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쿠데타 세력은 당권을 장악한 후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자유한국당에 팔아넘기려는 ‘매당파’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언론이 이들을 단순히 ‘퇴진파’로 분류하는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이에 맞서 당을 지키려는 손학규 대표 측을 단순히 ‘당권파’로 분류하는 것 역시 심각한 오류다. 당권파가 아니라 ‘구당파’가 맞다.

사실 당 사수에 대한 손학규 대표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어제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제 의지는 확고하다. 저 손학규는 다당제의 초석인 우리 바른미래당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거대양당의 극한대결 정치를 끝장내고, 다당제 연합정치로 합의제 민주주의를 열어갈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는 정당이다. 보수와 진보를 통합해서 민생과 경제를 돌보고, 한반도 평화와 실용정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며 “바른미래당은 그 어떤 정당과 통합하거나 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질질 끌려 다니고,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만은 막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손 대표는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을 겨냥, “자유한국당에 당 갖다 바치는 것 몸 바쳐 막겠다. 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은 포기하라”며 “가려면 (당을 들고 갈 생각 말고) 혼자서 가라”고 호통 친 바 있다.

정말 손 대표의 말처럼 당을 갖다 바칠 생각 말고, 개별적으로 한국당에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왜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당에서 분탕질을 하는 것일까?

그건 지금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는 옛 새누리당 출신들이 모두 ‘배신자’로 낙인찍힌 인사들이어서 개별적으로는 도저히 당에 들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오늘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 의원 측과의 합당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개별적으로 유 의원의 한국당 입당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당권을 장악한 후에 세력통합 형식으로 들어와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승민 의원은 쉽게 당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권투쟁, 즉 금배지들의 권력을 앞세운 매당파와 당원지지를 받는 구당파 간의 투쟁은 마치 일제 강점기에 거대한 권력을 등에 업은 매국노 세력에 맞서 오로지 민중의 지지를 믿고 고군분투하는 독립군의 처절한 사투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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