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편중 권력 유감

이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13-07-04 14: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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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NQ’라는 이름의 인맥관리 처세술이 우리사회를 광풍처럼 지배한 적이 있다.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인맥만 있으면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물론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로 꼽히고 있는 징키스칸도 인맥과 연관된 감동스토리가 많이 남겼다.



또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징기스칸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인맥이 결정적 역할을 한 징후가 적지않다. 실제 징기스칸이 9살 무렵 사막에 버려진 이후 기막힌 운명의 굴곡을 헤쳐 나가고, 그리하여 오래 소원했던 꿈을 이뤄내는 과정을 말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인맥’이다.



그 중 어린 시절 친구 쟈무카, 그가 없었다면 징기스칸의 실크로드는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영웅의 남다름이었는지 징기스칸은 어린 시절부터 20km에 달하는 사막길을 마다않고 자무카를 찾아가 우정을 쌓는 혜안을 발휘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때마다 혈맹의 맹세로 끈끈하게 다진 인맥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권력이 얹힌 특정인맥의 폐단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편중된 권력은 엇나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2006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이른바 '클리어스트림(Clearstream) 스캔들‘도 비슷한 사례다. 프랑스판 워터게이트’로 불렸던 클리어스트림 스캔들은 사르코지 내무장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이 룩셈부르크 금융기관인 클리어스트림의 비밀계좌를 이용해 무기 판매 리베이트를 관리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에서 비롯됐다. 당시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과 빌팽 총리가 이 제보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적인 사르코지 장관을 제거하기 위해 은밀히 내사를 지시했다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정치 스캔들 배경에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 졸업생들이 폐쇄적으로 형성 한 인맥의 입김이 작용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엘리트 관료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 졸업생들의 끈끈한 유대를 기반으로 한 '올드 보이(old boy)' 커넥션이 클이어스트림 스캔들에서 주요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ㆍ포항 출신 선후배 인맥들이 주도해서 상식을 벗어난 국기문란 범죄 사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민간인사찰 및 은폐 파동도 뒤틀린 인맥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원세훈 전국가정보원장 역시 인맥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사다. 실제 원세훈의 국정원은 공적인 일에서조차 사적 인맥을 우선시하도록 방조하는 등의 패착으로 자주 입방아에 올랐다.



원 전 국정원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당시 부시장으로 함께 해 온 대표적 MB 인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부시장’으로 호흡을 맞춘 그를 국정원장 으로 전격 발탁했다. 국정원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원세훈 전원장의 발탁은 세간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우스개지만 원세훈 원장의 낙점 이유에 대해 ‘무비판적인 관계가 편해서’였을 거라는 추측이 가장 설득력 있다는 평점 하에 장원으로 낙점됐다는 얘기도 있다.



기왕에도 특정 인맥끼리의 이른바 ‘집단사고의 덫’을 경고하는 전문가 집단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이 걸러지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문제에 대한 경고는 아무리 중시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더 큰 문제는 비슷한 걱정이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권력 핵심부가 특정 지역 인맥으로 장악됐다는 구설이 어제 오늘만의 우려가 아니기에 시름이 깊어진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통치권 행사고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존중되는 게 마땅하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인사권의 오작동으로 인한 후유증이 전체 국민에게 미치는 악영향 또한 경미하지 않기에 마음 편히 ‘불구경’으로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다.



5년 임기,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라는 걸 전임 정권의 전철을 통해 익히 알 것이다.



결국은 위정자들의 공적 마인드에 달렸다.



좀 더 세심한 수신제가로 대한민국 업그레이드를 견인하는 정부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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