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처신

이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13-10-08 17: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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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金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NLL 관련 정상회담 대화록은 참여정부 청와대문서관리시스템(e知園)을 반출한 '봉하e지원'에서 삭제됐고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이 직접 해당 대화록 폐기를 지시하는 동영상까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고 e지원에는 삭제 기능이 없다고 주장해 온 참여정부 인사들의 주장은 거짓말로 밝혀져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대화록 실종의 이유를 밝힐 핵심인사로 지목되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무책임한 거짓말’로 더한 처지가 됐다.



문 의원은 대통령기록물 논란이 불거지자 "정상회담 대화록은 국가기록원에 존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은 없었다"며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자는 전격 제안으로 ‘사초실종’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당사자다. 당시 그의 강력한 주장은 민주당이 대화록 원본 공개를 당론으로 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기록원에 있는 기록을 열람해서 만약 NLL 재획정 문제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해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입장이 북한과 같다면,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지겠다’ 호언장담도 남겼다. 앞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때는 "내가 정상회담 회의록을 최종적으로 감수하고, 정부 보존 기록으로 남겨두고 나왔다"고 말해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지금, 문 의원이 보여주는 일련의 처신은 지극히 실망스럽다.



문 의원은 검찰이 ‘대화록 초안이 삭제됐고 대화록은 국가 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한마디로 대화록은 있고 ‘NLL 포기’는 없었던 것‘이라는 엉뚱한 말장난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나섰다.



마땅히 들고 나와야 할 사과나 정계은퇴 선언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기록물 논란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한 언행으로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과연 지난 대선에서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뛰었던 사람과 동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책임한 모습이다.



유체이탈 상태가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한 대응논리를 펴고 있는 문의원의 모습이 낯설다.



무엇보다 당연히 책임져야 할 상황을 궤변으로 뭉개는 그에게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트라우마를 보게 되는 정황이 못내 서글프다.



스스로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정치인의 처신이 요구된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최소한의 마음이 있다면 그들의 언행은 좀 더 신중하고 양심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국민을 무시했기에 수시로 편익에 따라 말을 바꾸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떳떳하게 활개를 치고 다니는 후안무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만일 기록원에 대화록이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본을 보자고 제안했다면, 문의원은 자발적으로 정계은퇴 수순을 밟길 바란다.



그 길이 그나마 이 나라를 지켜온 대다수 선량한 국민에 도리를 지킬 수 있는 선택이다.



국민 스스로도 더 이상 위정자들의 탐욕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을 용납해서는 안되겠다.



문득 지난 대선 당시 무한신뢰로 문재인 후보를 찬양하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발언이 떠오른다.



"문재인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면 정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이 '그렇군요'라고 말하면 위로가 되었다. 문재인이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라고 말하면 정말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유 전 청장은 문 의원에 대해 여전히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리고 그를 야당 대통령 후보로 연호하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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