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질’ 유감

이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15-01-14 16: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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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지난 12일 공석인 6개 당협 조직위원장 선정시 여론조사 결과를 60%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초 김무성 대표는 지난 연말 송년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여론조사만으로 조직위원장을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일부 조강특위에 의해 조정된 결과다.

이와 관련, 김 대표도 14일 신년 기자회견 과정에서 “거듭 뜻을 피력했으나 조강특위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서 제 뜻을 강요하지 않고 조강위 결정에 따랐다”고 밝힌 바 있다.

권한을 고집하지 않고 당 조강특위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여당 대표의 멋진 결단에 얼마든지 갈채를 보낼 용의가 있다.

그러나 조강특위가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하는 '갑질'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 조직위원장 경선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정치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여성 15%, 장애인 10%의 가산점을 주겠다는 조강특위의 결정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가산점 제도란 여성, 장애인, 청년 등 '정치적 약자'인 을(乙)에게 정치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한 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제도다. 따라서 가산점 부과 자체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여성, 장애인, 청년이라고 해도 정치적 약자가 아닌, 예를 들면 전ㆍ현직 국회의원처럼 정치적으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부여되는 가산점 제도는 또 다른 을의 피해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지난 5일 내년 20대 총선에서 여성후보자ㆍ장애인에게 10~20%의 ‘디딤돌 점수(가산점)’를 주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각종 공직선거에 출마한 적이 없는 여성-장애인’으로 제한한 것도 이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조강특위 결정에는 그런 단서조항이 빠져 있다.

특히 이군현 사무총장은 가산점 적용 대상과 관련, 정치적 신인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일정하게 정해진 룰 없이 그때 그때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강특위 고유 권한'이라는 방패로 말문을 막았다.

당 대표가 내려놓은 권한을 입은 조강특위의 막강한 권력행사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만일 이런 규정대로라면 서울 중구나 마포의 경우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정치상 ‘갑’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을’의 위치에서 힘겹게 싸우는 정치 약자들보다도 15%나 더 가산점을 받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현재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서’를 해당 지역에 무더기로 돌려도 제제를 받지 않는 등 ‘갑'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 반면 ‘을’의 입장인 원외 경쟁자들은 전화 한통화만 잘못 돌려도 당장 문제가 되는 등 옹색한 처지다.

여성과 장애인 등에게 가산점을 주되 갑의 위치에 있는 현역들에 한해서는 수혜대상에서 제외하는 합리적인 룰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매번 가산점 제도가 바뀌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여성과 장애인 모두 10%의 가산점이 적용됐는데 이번에는 유독 여성에 대해서만 15%로 상향 조정된 이유를 모르겠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조강특위의 막강 권한에 복종하라는 식이다. 이런 태도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야기하고 있는데도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조강특위의 이런 식의 '갑질' 의식 또한 심히 유감스럽다.

민주적인 당 운영 기치를 내걸고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당 대표의 대승적 행보에 보탬이 되지는 못할망정 민폐를 끼치고 있다.

당내 경선 등의 선정 기준은 당헌ㆍ당규에 분명하게 못 박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당 대표나 지도부가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규정을 고무줄처럼 늘이거나 줄이는 구태를 막을 수 있다.

당헌 당규는 당원 전체를 위한 '약속'으로 존재해야 한다. 큰 노력도 중요하지만 작은 부분부터 진정을 다해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 비로소 민심을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막걸리 몇잔이나 고무신 한켤레에 표심을 파는 때가 민도가 아닌 현실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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