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부끄러움만 알아도

이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15-04-07 17:39:5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양심 그리고 자존심.

누구나 살면서 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마주치게 되는 내면의 울림이 있다.

순간의 탐심으로 흔들리려는 찰나면 여지없이 존재감을 드러내 삶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수호신 개념 같은 것.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존재가 갈수록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덕분에 남이야 어떻든 나만 잘되면 되고 나만 성공하면 상관없다는 식의 이기심인 난무하는 세상이 됐다.

특히나 양심과 자존심을 가출시킨 지도층 인사들의 몰염치한 행각은 더 역겹다.

실제 그렇게 양육된 괴물들이 사회 곳곳을 잠식하며 활개 치는 모습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이 사회악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양심과 자존심을 가르쳐주는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한 탓이 크다는 생각이다.

화려한 스펙만을 최고로 치는 학력지상주의가 낳은 병폐에 다름 아니다.

특히 사법시험에는 ‘부끄러움에 대한 사유’를 필수 과목으로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채업자와 판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직업군의 두 사람이 찰떡 공조를 이루다가 파국을 맞았다.

사채왕은 현직 판사를 지극정성 물심양면으로 관리(?) 했고 판사는 사채왕에게 ‘마음’을 다해 화답했다.

수시로 사기도박장을 열면서 하루에 많게는 600~700억, 적게는 200~300억 원까지 돈을 융통하는 솜씨를 가진 명동 사채왕을 ‘형님’으로 모시고 그의 내연녀는 ‘형수님’으로 모신 최민호 전 판사 이야기다.

그는 준엄해야 할 사법체계를 사채업자 비호수단으로 농단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실제 최 전 판사는 사채왕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2억 6864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판사직도 박탈됐다.

무엇보다 형사법정의 피고인이 되어 뇌물수수 여부를 두고 사채왕 내연녀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 그의 모습이 씁쓸하다. 한때는 서로가 긴밀하게 공유했던 ‘기밀’들을 강력한 ‘한 방’의 노림수로 만들며 상대를 겨누고 있는 아이러니라니.

‘추락하는 권은희, 날개가 있을까?’

모해위증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2012년 댓글 사건 관련 경찰 수사 당시 권 의원이 수시로 통화하면서 수사 방향을 협의해 왔던 김 모 총경이 검찰 핵심증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마쳤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김 총경은 이번 조사에서 “권 의원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재판에서 ‘서울경찰청이 댓글 검색 키워드를 줄이라는 등 축소 수사를 지시했다’고 말한 것은 허위”라고 진술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에는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 의원의 폭로로 구속 수감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던 김용판 전 청장이 “권 의원의 진술은 허위”라고 판단한 대법원에 의해 무죄가 확정된 상태다.

2년여 전, 전 국민적으로 그녀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추앙하며 띄워 올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광주의 딸로, 용기와 양심의 화신으로 야당의 열광을 한 몸에 받으며 희망을 쏘던 그 때, 그녀는 행복했을까?

드러난 일로만 따져도 권 의원의 불합리함은 적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억울하다를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으니 답답하다.

물론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그렇더라도 부메랑처럼 되돌려진 운명 앞에서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