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大帝의 탁상공론 지식인 비판

조갑제 / 기사승인 : 2017-06-07 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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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러시아 여제 캐서린 2세(러시아어로는 예까째리나)는 위대한 개명(開明)군주였다.

독일 태생인 그녀는 장교들이 정신병자인 남편을 암살한 궁정 쿠데타에 의하여 황제 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결혼하지 않고 1762년부터 1796년까지 통치했다.

캐서린 대제는 러시아를 유럽, 특히 프랑스를 모델로 하여 개혁하려고 했다. 그녀는 또 폴란드를 프러시아, 오스트리아와 함께 분할하고 오스만 터키와 전쟁을 거듭하면서 영토를 넓혀갔다.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개혁사상가 볼테르, 백과사전파 디드로 같은 철학자들을 존경하여 그들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고, 농민반란을 진압하면서 귀족들을 견제하여 권력기반을 강화했다.
그녀는 포템킨 장군 등 여러 신하들을 번갈아가면서 애인으로 삼았다.

그녀의 성(性)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포르노 소설 수준이다. 캐서린 대제는 너그러우면서도 문학과 예술에 대한 소양이 대단했고, 고통 받는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슴속에 묻고 있었다.

1773년 가을 캐서린 대제는 프랑스 철학자 데니스 디드로를 상트 페테스부르그로 초청했다.

캐서린 대제는 디드로에게 매일 두시간씩 시간을 내주어 그로부터 강연을 들었다. 디드로는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다. 그는 캐서린 대제를 아줌마 취급하듯 했다.

이야기하다가 흥이 나면 디드로는 캐서린 대제의 허벅지와 팔을 때리곤 하여 멍이 들 정도였다.

캐서린 대제는 불평을 하지 않고 그와 그녀 사이에 책상을 놓아 ‘이상한 체벌’을 피했다고 한다.

캐서린 대제는 디드로의 탁상공론까지도 열심히 들어주었다. 선진국 출신인 디드로는 캐서린 대제에게 국정을 이렇게 하라, 개혁을 저렇게 하라는 식으로 가르치려고 들었다. 캐서린 대제는 학생 노릇에 지친 나머지 어느날 디드로에게 점잖게 말했다.

'디드로씨, 당신의 천재성이 촉발시킨 좋은 말씀을 즐겁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거창한 교리들은 좋은 책을 만들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천에 옮기는 순간 서글픈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입니다. 당신은 개혁 프로그램을 쓸 때 나와 당신이 처한 입장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어요. 당신은 종이 위에서 일하는데 당신의 상상이나 당신의 펜 앞에는 아무런 장애물을 설정하지 않으니 다 잘되지요. 그러나 나는 불쌍한 황제가 되어서 짜증을 부리고 변덕이 심한 인간을 상대로 일을 한답니다.'

그 뒤 디드로는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문학을 소재로 캐서린 대제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캐서린 대제의 위의 논평은 누군가에 의해서 이런 식으로 정리되었다.

'당신은 종이 위에 개혁이란 글을 쓰지만 나는 인간의 피부 위에다가 개혁이란 글을 써야 하는데 인간은 원래 변덕과 짜증이 심하단 말입니다.'

인간을 상대로 해야 하는 정치가와 관념의 유희에 빠져드는 지식인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예화이다.

개혁을 말과 글로써 해치우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강제력보다는 설득을 통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 이후 민간 대통령들은 근사한 연설과 발표로써 개혁이 성취된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말이 만든 관념의 포로가 되어 개혁이란 신기루에 갇혀 놀다가 보면 그가 말한 개혁은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한다.

진정한 개혁은 개혁의 어려움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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