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결국 ‘보수통합’도 포기?

고하승 / 기사승인 : 2018-10-25 11: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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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당 혁신의 기초 작업인 ‘인적쇄신’을 포기한 자유한국당이 대안으로 ‘보수통합’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결국 폐기절차를 밟아가는 모양새다.

실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보수통합’ 문제에 대해 "모두가 합쳐서 한 그릇에 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람직하지도 않고 잘되지도 않는다"며 "보수정치권 여러 주체들이 서로 네트워크 형성해 문재인 정부의 독주와 독선을 막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보수통합’을 포기하고 ‘정책연대’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국당이 보수통합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것에 비하면 포기가 너무 빠른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강력한 인적청산 작업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김 위원장이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인적쇄신에 대해선 손도 대지 못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바로 ‘보수통합’이다.

실제로 전권을 부여받은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태극기 부대를 극우라고 표현하고 그렇지 않은 보수는 건전보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라며 "강경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보수가 아니라고 배제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극기부대도 보수통합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도 “태극기를 들고 참여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다 우리와 똑같이 일상적으로 항상 보수의 가치를 지지하고 그 속에 끼고 싶어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시민”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심지어 김병준 비대위원장마저 태극기 부대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사회 전체를 통합해나가야지 ‘누구랑 이야기를 못 한다’ 이렇게 선 그을 문제는 아니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불과 며칠 전의 발언들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이제 와서 전원책 특위위원을 나무라듯 "학자 내지 변호사로 피력하는 게 있고 조강특위 위원으로 피력하는 부분이 구분이 잘 안되어 있어 혼란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실 ‘인적쇄신’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보수통합’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 그는 "소위 태극기 들고 거리 집회하는 분들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동조하면서 탈당했던 분들이 대립적으로 존재하고 서로 이야기도 안 한다"고 말했다.

이는 태극기부대를 중심으로 하는 탄핵반대파와 복당파를 중심으로 하는 탄핵찬성파가 한국당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동고동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하물며 중도개혁정당을 선언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보다 손쉬운 ‘정책연대’로 방향을 선회하려는 것 같다.

결국 한국당은 ‘인적쇄신’을 포기하고 ‘보수통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가 이마저도 포기하고 ‘정책연대’로 다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하지만 ‘정책연대’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당과 태극기부대는 당장이라도 정책연대를 할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효과를 보려면 결국 바른미래당과 연대를 해야 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양당의 간극이 너무 크다.

우선 당장 바른미래당은 민심이 정확하게 반영되는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하는 반면 한국당은 거대 양당에게 유리한 현행 제도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바른미래당은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하면서도 원칙적으로는 “평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문재인정부의 평화노력을 지지하는 반면, 한국당은 여전히 냉정수구적인 입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양당이 정책연대를 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머지않아 한국당은 ‘정책연대’마저 포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면 한국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 혁신의 시발점은 ‘인적쇄신’이다. 인적청산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한국당 비대위는 철저한 자기반성 위에서 인적청산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이후에야 ‘정책연대’를 하든지 ‘보수통합’을 하든지 뭘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지금처럼 ‘어중이떠중이’ 같은 정당의 모습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당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에 도저히 인적청산 작업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보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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