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동안 국민의당의 이전투구(泥田鬪狗), 그러니까 바른정당과의 통합논란을 객관적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보고 내린 결론은 ‘통합파 승리, 호남파 패배’다.
이건 통합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다. 설사 호남파의 막무가내 식 발목잡기에 의해 끝내 통합이 불발되더라도 그건 결코 호남파의 승리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호남파는 이미 명분싸움에 밀렸기 때문이다.
사실 통합파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론조사 등 객관적인 근거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호남파의 반대 논리는 허접하기 그지없다. 미래에 혹시라도 일어날지도 모르는 어떤 상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반대하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없다.
가장 극렬하게 중도통합을 반대하는 박지원 전 대표가 밝히는 주된 반대이유가 무엇인가.
박 전 대표는 14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이후로 한국당과 통합을 해서 거기서 중도보수 대표로 자기가 한번 하겠다? 이것은 착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 비판이 너무나 황당하다. 이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마당이다.
실제 안 대표는 전날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추진한다면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반 자유한국당 연합이며 자유한국당을 극우보수 정당으로 만들 마지막 기회이자 실질적인 정치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대표도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100%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는 마치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이후 또 다시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해 중도보수 대표자가 되려는 의도를 지닌 것처럼 단정하고, 그를 근거로 비판하고 있으니 당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선 박 전 대표 자신도 솔직하게 시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최근까지만 해도 안철수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의견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고 주장했지만, 막상 장진영 최고위원이 그러면 중도통합 문제를 전당원투표로 결정하되, 안 대표의 재신임문제를 연계하자고 제안하자 "그렇게 가면 분당되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선언하고 통합을 선언하면 분당될 수밖에 없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는가.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할 경우 통합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우리 의원들이 반대한다고 하면서 대표에게 (통합 취소를) 선언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이 압력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솔직하게 실토했다.
사실 그러니까 더욱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금배지들이 반대하면 당원들이 지지하더라도 결국 당 대표가 굴복해 금배지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은 대단히 오만하고 무례한 것이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요즈음 국회의원들을 향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데 박 전 대표는 고작 39명의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20만 명이 넘는 당원들 의견보다 우위에 두고 있으니 통합을 반대하던 당원들마저 등을 돌렸을 것이다.
사실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할 경우 국회의원들의 표는 당원들의 표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동일한 한 표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의 투표용지에는 특별히 금색을 입혀 특혜를 부여하는 일 따위는 전혀 없다.
장담하거니와 안철수 대표는 분명히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를 결정 짓기 위해 당무위원회를 통해 임시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할 것이고, 그 결과와 자신의 재신임 문제를 연계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호남파들의 무슨 논리로 이를 반대할 것인가.
합당한 반대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 만일 안철수 대표를 밀어내기 위한 빌미로 ‘중도통합’을 언급한 것이라면 그것은 전략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차라리 대선후보로서의 무능함, 특히 대선패배의 책임을 당 대표가 물러났는데 그보다 더 책임이 큰 후보가 그 빈자리를 차지하는 비도덕적 행태 등을 문제 삼았더라면, 그것은 혹시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쪽으로 방향을 틀기도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차라리 못이기는 척하고 중도통합대열에 합류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필자가 이미 3주 전에 제안한 것처럼, 제3지대 정당의 발전적 해체를 위한 ‘합의이혼’을 요청하고 안철수 대표의 처분만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 불필요한 갈등으로 정작 중요한 ‘제7공화국’ 개헌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면, 당신들은 훗날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