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승자는 김정은, 핵 보유 적법성 획득...중국 '쌍중단' 제안도 수용" 탄식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군의 전쟁억제력 떨어뜨려 국가 안보 훼손할 것” 경고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이 '비핵화 방식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혹평을 쏟아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빈손 회담'에 뭇매를 가하는 형국이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에 대해 "결국 중국이 요구한 '쌍중단'의 모양새"라며 "중국이 승리한 회담"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없는 한반도 비핵화(CVID)'가 목표라고 누차 강조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표현만 담긴 공동선언문을 남겼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양도하겠다는 특정한 의지 표현이 없었고 비핵화 시간표도 안 나왔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대사는 이날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은 '실망'이다"라면서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 탄도미사일과 미사일 개발 역량 등을 최대한 투명하게 제거하도록 계속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도널드 만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북한에게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겠다는 구체적 의지보다는 그저 비핵화 달성의 큰 그림만 받은 상태'라면서, "90년대에도 비슷한 그림이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다를까"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과의 어떤 과거 합의도 이번 공동성명보다 모호하고 약한 것은 없다”면서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승자로 평가하고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적법성과 존중을 얻었으며, 잠재적으로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세부 내용이 없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이번 공동선언과 결합하면, 결국 ‘쌍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것이다.
이어 “실제로 한미 군사훈련을 멈춘다면, 미군의 전쟁억제력을 떨어뜨려 국가 안보를 훼손할 것”이라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끊으려는 북한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링너 연구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쌍중단’ 제안을 일방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북미회담 합의안에 대한 혹평이 잇따랐다.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합훈련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말한 건 너무 성급했다"면서 "의회는 한미 동맹 사이 거리는 없다는 데 단호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라 의원은 " 한국은 미국의 친구지만 북한은 미국의 적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협력해 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본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얻은 것은 모호하고 검증 가능하지 않다”며 “반면 북한이 얻은 것은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놓인 것은 북한에게 자신들이 존경 받고 국제사회에 속한다는 명확한 신호 보내는 것”이며 “또한 북한이 나라 안팎에서 저지른 죄가 용서받기 시작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보다 더 약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동성명에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조차 설명되지 않았다”며 “이번 합의는 허점이 너무 커 북한의 핵미사일이 뚫고 지나갈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북한은 아직 경제적 압박을 충분히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회담에서 분명해졌다”며 “북한은 중국이 압박을 완화하더라도 미 의회는 그 나사를 조일 단계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연합훈련 중단을 합의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미국의 연합 군사행동을 지시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프 머클리 민주당 의원도 이날 성명에서 “이번 회담은 엄청난 실패였다”며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인 국제무대에 함께 서고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구체적인 혜택을 얻음으로써 엄청난 승리를 안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 대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시간표와 과정, 그리고 검증 약속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역시 미군 철수는 안 된다고 선을 긋고, 군사훈련 중단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편 미국 의회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사안을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합의’를 이뤄내려는 열망 때문에 지나치게 양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일명 ‘나쁜 합의’를 방지하려는 견제장치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뉴욕) 의원이 공화당 소속인 마이클 매콜(텍사스) 하원 국토안보위원장 등과 ‘북한 핵 기준선 법안(North Korea Nuclear Baseline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행정부는 법 제정 후 60일 이내에 의회 국가안보 관련 위원회에 북한 핵 프로그램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했다. 북한 핵무기와 핵무기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의 위치, 탄도미사일과 관련 제조시설의 위치도 담겨 있어야 한다. 여기에 행정부는 180일마다 보고서를 경신해 의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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