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의 인물채집] '해창롤스로이스'는 감탄사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29 1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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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창주조장 오병인씨
그는 막걸리를 만든다고 했다.


'롤스로이스 클래식'을 몰고 나타난 그가 차에서 내릴 때 '네이비블루'칼라인 그의 가죽구두가 먼저 눈에 튀었다.


'아! 좀 튀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말을 건냈다.


"막걸리 색깔이 참 다를 것 같다"고 말했더니 완급 조절없이 쓱 잘라서 말을 되던진다.

"색깔뿐 아니라 맛이 다르지요! 비싼 와인을 마셔 본 사람들은 제 말이 이해 될 겁니다. 술은 좋은 술, 나쁜 술 없습니다. 각자 맛이 달라서 성격대로 수준대로 가치가 달라지는 거지요''


해창주조장 주인 오병인(59세)씨의 말은 대체로 짧고 끝이 뭉툭하다.

땅끝마을 '해남'에 있는 해창주조장 정문앞에는 1927년 숫자가 붙어 있다. 그렇게 오래 전부터 막걸리를 만들던 그 곳에서 성격대로 마시라고 만든 술 '롤스로이스'는 대체 어떤 술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불쑥 '롤스로이스' 를 내민다. 설명하기를 귀찮아 하는 성격이다.


회의 탁자로 보이는 나무책상 위에 달랑 컵하나 내려놓고 술을 따른다.


신김치 쪽도 없이... 

 

''이거 안주없이 그냥 맛봐야 진국인지 알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냥 마셔 봤다. 알콜농도 18도의 막걸리라니, 소주가 17,16도 되는 마당에 첫 모금에 막걸리맛 요거트 정도로 느껴지다가 담백한 단맛이 돈다. 눅눅하지 않은 단맛과 의외의 청량감은 또 뭐지? 의혹에 찬 표정을 보고 ''누룩과 찹쌀. 맵쌀 이외에 들어간 것이 있다면 아마도 내 불면의 근심이 녹아 들어갔을 겁니다'' 라고 말했다. '맛있는 술' 이다. 

''사람들이 날보고 '돈키호테'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사람 이외엔 비유할 사람이 없을듯 해서 나도 그리 생각해요.''

그럼 술이름을 '돈키호테'로 하든가!, 헷갈리게스리...


내 속 말을 들은 듯이 즉답을 쏟아 냈다.


'''돈키호테'라고 하면 모든 게 '허빵!'으로 소문 날까봐 진지하게 생각했지요. 왜냐면 '해창'에서 막걸리 만드는 일, 진짜로 진지하고 심각한 일 이거든요."

허긴 멀쩡한 건물주 이기도 하고 부촌인 강남 서래마을에 살면서 부자소리 듣던 당시 40대 사나이가 371.1km떨어진 땅끝마을까지 와서 손수 막걸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심각한 일 아닌가?


더구나 아내의 반응이 오죽 심각했으랴!

''15년 전에, 일단 '해창'을 인수했다!' 는 내 얘길 듣고 심드렁했던 아내가 먼저 보따리를 싸고 내려갔고 내가 따라 내려온 형국이 됐어요. 정말 웬떡이냐 싶었지요.''


너털웃음을 웃는 표정에서 푼수끼가 보인다.

오랫동안 여행과 술을 즐겼던 그는 특히 해창주조의 안마당에 가꿔진 '환상의 정원'에서 막걸리를 마시기를 즐겼다. 그걸 아내인 그녀가 모를리 있겠는가?

''어차피 저질러진 일, 물러서진 않을 위인이니 전을 먼저 펴자!'' 이거 뻔한 일 인데 혼자만 모르는 듯, 어쨌든, 나름 맛있다고 소문난 '해창' 막걸리를 팔아본들 성에 안차는 걸 어쩔건가? 참아서 될 일은 아니고 저질렀다. 사정없이 '해창롤스로이스'로!

오병인을 모르는 사람들은 말한다.


''택도 없는 소리!  '롤스로이스' 같은 소리 고마해라! 쉰 막걸리 마시고 신트름 내뱉는 짓거리지. 곧 쪽박난다!''

헌데, 현재 까지는 대박조짐 이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궤적을 보면 '쪽박' 날 정도의 무모함이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막걸리 800원 짜리를 출고 하려다보니 화가 나기 시작하는 겁니다.내가 어디서든 100불 이상되는 와인을 마셨는데, 날 밤 새워 술을 빚어서 1불도 못되는 술을 내다니 용납이 안된다 싶었지요. 그래서 최고급 막걸리를 만들자 생각했습니다.''

그는 서울사람이다.


'서울 도시가스 주식회사'에서 최연소 관리소장으로 월급타고 살았었다. 40대 후반에 사표를 내고 좋아하는 여행을 떠나 '해창'을 만나고 막걸리의 늪에 빠져 들었다.


그가 빚는 막걸리는 아무리 막걸러도 정말 달라야만 했다.

밀가루가 아니라 쌀로 빚었다. 


''아니 찹쌀로 빚자 어쨌든 너무 달라서 '해창막걸리'를 감히 '막 먹는 술' 이 아니라는걸 보여주자!'' 오병인은 그런 사람 이다. 찹쌀이 아니라 '황금쌀'이 있었다면 여지없이 그것을 썼을 사람이다. 일체의 혼합물이 없고, 보조제, 감미료 조차도 없는 술, 그래서 냉장고에서  6개월도 하자없단다.

좋은 쌀이 없어서 그는 할 수 없이 좋은 막걸리를 위해 땅을 사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다. 해남에서 땅을 사는 사람은 많지만 좋은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땅을 사는 사람은 그 밖에 없다. 남다른 짓이긴 하지만 여전히 진지해서 '돈키호테'로 부르기엔 부조화다.


농약없이, 비료없이 오직, 흙의 도움만으로 뿌리를 내리게하고,따뜻한 햇볕으로 싹을 틔워, 봄바람을 품게하고, 거친 비바람에 열매를 짓게하고, 타는 가을 햇살에 알곡을 맺게해 비로소 '해창막걸리' 만들 준비를 하는 사람, 오병인은 그렇게 막걸리를 빚는 사람이다.

'롤스로이스' 라는 상표를  도용했다는 말로 그를 비난하는 이가 많다.


법리를 따지기 앞서 그의 소신을 확인했다. 웃는다. 


그의 웃음엔 늘 '장난끼'를 넘어선. '푼수끼'가 보인다.

''롤스로이스는 최상급 이지요. 저는 오랫동안 '롤스로이스' 를 탔거든요. 아버지가 타던 차를 탔고 큰형이 타던 차도 있고 지금도 저는 그 차를 탑니다. '최고로 좋은' 이라는뜻 입니다. 제게 '롤스로이스'는, 그래서 '해창막걸리' 중 '롤스로이스'다 그런 뜻으로 썼습니다. 어쨌든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책임질 겁니다.''

어찌됐든 책임 질 일은 꼭 책임지는 사람으로 보인다.


해창주조장의 주인 오병인은, 말로만이 아니라 그럴 능력도 그득하다.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조그만 건물도 지어놨고' 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20층이 훌쩍 넘었다. 얼마나 좁게 올렸길래 '조그만'이라고 쓰는 걸까? 궁금했지만 '롤스로이스'에 집중하기로...


''롤스로이스!'' 


해창주조장의 주인 오병인에게 '롤스로이스'는 감탄사다.


빙고! 따봉! 원더풀! 같은,

''제조사를 하는 사람들의 최고의 경지, 자존심을 상징하는게 '롤스로이스' 잖아요. 저는 이 술을 빚으면서 그런 자존감을 느꼈고 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감과 저자거리의 낭인들과 전혀다른 특별한 품위를 향유하기를 바랍니다.'' 

 

'해창롤스로이스'를 만드는 오병인씨는 막걸리가 아니라 나훈아가 좋아하는 '테스형'을 팔고 싶었는가 보다.


테스형이 말한 그냥 '너 자신을 알라!'가 아니라 '세상최고인 너 자신을 이제라도 쫌 알라!' 를 말하고 싶었는가 보다.

그래서 그는 성격있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었단다.


9도 짜리엔 '기고만장' 이라는 성격을 부여하고(마시다 보면 세상이 손바닥 만하게 보이는 술) 12도 짜리엔 '공중부양'이라는 성격을 부여했다.(공중부양을 해봐야 '가족부양'이 놀라운 신공임을 깨닫게 하는 술)

 

그리고 '유아독존' 이라는 성격을 가진 '해창롤스로이스'는  상표가 아니라 강력한 느낌표다!

막걸리처럼 흐린세상, 눈감고 이 흐린세상 건너기를 할때, 당당한 자존감을 가지게 하는 느낌, 그것을 '롤스로이스'라는 암호로 전달하고 싶은사람, 오병인, 그는 보통의 지구인은 아니다.아마도 어린왕자의 막내삼촌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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