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 선택한 ‘제2의 박지원’의 길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09-30 11: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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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지원 의원은 민주평화당에서 정동영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당내에 ‘대안정치연대’라는 별도의 모임을 만들었으나 결국 당권탈환에 실패하자 그들을 이끌고 집단 탈당했다.


유승민 의원이 그런 박지원 의원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당권찬탈의 동력을 상실한 유 의원은 30일 자신을 추종하는 무리 15명을 규합해 당내에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꾸리고 그 대표직을 맡았다. 아마도 박지원 의원처럼 유 의원 역시 조만간 그들을 이끌고 탈당을 결행할 것이다.


하지만 박지원의 ‘대안정치연대’가 실패했듯, 유승민의 ‘비상행동’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유승민은 당을 만드는 능력은 있으나 그 당을 성공시킬 능력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실제로 그는 김무성, 남경필 등과 함께 옛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지난 2017년 1월 24일 바른정당을 창당했으나 그 정당은 2018년 2월 13일에 국민의당과 통합하면서 소멸되고 말았다.


고작 1년을 버티고 문을 닫은 것이다. 


바른정당이 실패한 중심에는 유승민 의원이 있었다.


유승민 의원의 당권에 대한 집착은 가히 병적이라 할만하다. 실제로 그는 과거 새누리당에서 당권에 눈독을 들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곧바로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으며, 그 당의 대표가 되기 위해 그는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당내 다수의견을 무시하고 2017년 '11·13 전당대회'를 강행하고 말았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남경필이 “분열을 초래할 전당대회 연기부터 시작하자”고 호소했으나 당권에 눈이 먼 유 의원은 그런 요구를 외면했다.


그렇게 해서 유 의원은 꿈에 그리던 당 대표가 되기는 했지만, 당은 완전히 산산조각 난 뒤였다. 실제로 그해 5월 김성태·장제원 등 13명의 의원들이 탈당한데 이어 전대를 앞두고 또 다시 김무성·정양석 의원 등 9명이 당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33명의 바른정당 의원 가운데 유승민 대표가 당선되었을 때 남은 의원은 고작 9명뿐이었다. 유 의원의 지나친 당권욕이 당을 반에 반토막나게 만들었으며,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바른정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잘못된 정치행위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그는 반성이 없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여전히 당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4.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당내 추종자들을 규합해 연일 ‘손학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대변인 격인 하태경 의원은 당시 창원 재보선에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의 득표율(3.57%) 낮은 것을 이유로 손학규 퇴진을 요구했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건 유승민 공동대표체제에서 치른 지난 지방선거에서 창원 성적표는 더욱 저조해 당시 바른미래당 창원시장 정규헌 후보의 득표율은 2.54%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유승민을 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새누리당 출신들의 주장이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인지 득표율이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이런 유승민 일파의 황당한 요구를 받아줄리 만무하다. 실제로 손 대표는 여러 차례 강력한 당 사수의지를 밝혔다. 당권탈환이 어렵다는 걸 깨달은 유 의원이 결국 비상행동이라는 비정상적인 모임을 꾸리는 것으로 ‘제2의 박지원’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처럼 이들도 조만간 탈당하고, ‘유승민 신당’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 신당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급조한 것으로 바른정당처럼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왜냐하면 목적이 순수하지 않은 탓이다. 


각 언론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가 당권 탈환의 동력을 잃게 되자 향후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 협의 과정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쓰기 위해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유승민 신당’을 ‘안철수-유승민 공동신당’으로 포장하기 위해선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을 들러리로 세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금배지를 떼야만 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 유승민이 자신의 당권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2의 박지원’이 되는 길을 선택했지만, 명분 없는 그 길은 정치적으로 ‘죽음의 길’이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유승민 의원이 오늘 “바른미래당은 실패했다”고 했는데, 그 소리가 마치 “나는 당권장악에 실패했다”는 소리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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