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백재현, 불출마 선언에 경의를 표한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2-12 12: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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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1951년생으로 동갑내기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원혜영·백재현 의원이 11일 오후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동안 일부 여야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있었지만 이들처럼 ‘감동적인 불출마’선언은 없었다. 


최근 자유한국당에선 김세연, 김영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영우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위기고 나라가 위기인데, 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비판하기 위해선 당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세연 의원 역시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면서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는다.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김영우 의원이나 김세연 의원은 자신들의 불출마 선언이 당 개혁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원혜영 의원은 “영광스럽게 정치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물갈이론의 재료로 쓰이는 분위기에는 우려를 갖고 있다. 저는 물갈이를 통해 국회와 정치가 혁신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최소한 법이 정한 회의 개최 규정을 정할 수 있게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칭찬보다는 비판과 질책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정치를 바꿀 수 없다고 외면하거나 포기하면 우리 정치는 희망이 없어 진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제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도 인정해야 했다"며 "특히 개헌, 선거제도 개혁, 국회개혁 등 일하는 정치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개혁과제들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은 내내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난 정치인생을 돌아보기도 했다.


백재현 의원도 “물갈이는 물을 바꾸는 게 아니라 (물)고기만 바꾸는 것이다. 고기만 바꿨다고 제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헌법을 고쳐 제도를 개혁해서 물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헌법을 고치려는 노력을 수없이 했지만 그런 노력이 잘 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남아 있는 숙제는 이제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탁드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당의 개혁’이라는 지엽적인 문제를 벗어나 87년 체제의 낡은 국가시스템을 바꾸는 ‘개헌’의 불씨가 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따라서 오늘 불출마를 선언한 두 분의 진정성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의원의 불출마 의미를 왜곡하지 말고, 그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국가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한다.


당내 일각에선 두 의원의 불출마선언을 ‘중진 용퇴론’과 연결시키려 드는데, 그래선 안 된다. 

 

두 의원 역시 그에 대해선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마당이다. 만일 당 지도부가 그들의 불출마를 ‘물갈이’ 용도로 악용할 경우, 그것은 순수한 불출마의지를 퇴색시키는 것으로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불출마 선언이 ‘승자독식’의 잘못된 체제를 바로 잡는 동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뜻을 따르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좌고우면하던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개헌의 전 단계인 다당제의 안착을 위한 선거법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 등과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내일(13일) 본회의를 열어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상정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회의가 열리면 단호하게 개혁법안과 민생법안, 예산부수법안 처리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을 핑계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진전된 모습이다. 그런 민주당의 모습이 반갑기 그지없다. 다만 여전히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린 연동률보다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여전히 지우기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그렇지 않다”고 못을 박아 주기 바란다. 모쪼록 원혜영, 백재현 두 분의 불출마선언이 한계에 이른 87년 체제를 혁파하고, 국가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 두 분의 불출마 선언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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