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꼴사나운 '팬덤정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8-25 13: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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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극성 친문’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전대 출마자들의 구애가 참으로 가관이다. 역겨울 정도다.


이른바 ‘비문(非文)’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일수록 ‘극성 친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발언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황당한 발언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마치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처럼 여겨질 정도다. 대체 왜들 그럴까?


전국 단위 선거의 경선을 앞두고 대거 모집되는 일반당원과 달리 당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한 ‘강성 지지층’인 80만여명에 이르는 권리당원의 표(票)를 의식한 탓이다.


이들 권리당원은 2017년 19대 대선 이후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특히 지난 대선을 전후로 합류한 대다수 권리당원은 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극성 친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의 숫자는 대략 25만명 안팎으로 전체 당원 300만여 명에 비하면 그리 높은 비중은 아니다.


그런데도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모두 그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아 당내 여론을 좌우하는 그들의 위세에 눌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전대는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는’ 이른바 ‘3무(無) 전당대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팬덤정치’가 민주당을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진보 지식인 5인의 대담집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부제: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에서도 민주당의 팬덤정치에 대한 문제가 거론됐다.


진 전 교수는 “금태섭 전 의원 지역구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모든 지역구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팬덤 무서워서 당내에서 아예 이견을 낼 수가 없다”면서 “위를 봐도, 옆을 봐도, 밑을 봐도 모두 한통속이니, 사실상 민주집중제가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기생충 전문가인 서민 단국대 교수는 “팬덤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팬덤은 나치 때 게슈타포가 그랬던 것처럼 정권에 대한 건설적 비판마저 봉쇄하는 친위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지금 소위 문팬이 그렇다”고 비판했다.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는 “(팬덤에) 논리를 제공하는 사람이 유시민, 김어준씨 등이다. ‘프로파간다 머신(선동 기계)’ ‘아키텍트(설계자)’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팬덤 탓에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바른 소리 대신 그들의 구미에 맞는 황당한 독설만 퍼붓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전대는 당연히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전대 이후에도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오죽하면 조응천 의원이 “‘내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이렇게 이끌 것이고,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당은 저렇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하시는 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탄했겠는가.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망한다. 


지금 미래통합당은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태극기 부대’와의 단절을 통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으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그동안 통합당은 태극기부대와 가까이 해왔다. 태극기부대야말로 통합당의 ‘팬덤’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통합당의 든든한 지지층이 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중도층은 통합당에 마음을 내어 줄 수가 없었다. 중도로 영역을 확장하려면 통합당은 태극기부대와 거리를 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통합당이 지금 그런 선택을 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선 팬덤정치, 즉 극성 친문을 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당대회에서 누가 승리를 하더라도 친문 권리당원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점차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 것이고, 결국 각종 선거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합당이 ‘태극기부대’와 절연하듯, 민주당은 ‘극성친문’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꼴사나운 ‘팬덤정치’를 끝장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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