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땅 찾는 부동산 탐정, ‘숨은 친일재산’도 추적한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8-18 10: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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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조상 땅을 찾아드립니다.’ 오래전 조상이 보유했던 토지나 상속 과정에서 누락된 재산의 흔적을 등기와 토지대장, 각종 공공기록으로 확인하는 이른바 ‘부동산 탐정’의 업무를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자산추적 기법은 개인의 잃어버린 재산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국가가 되찾아야 할 ‘숨은 친일재산’을 찾아 공익으로 연결하는 ‘공익탐정’의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목적은 전혀 다르지만 조사 원리는 닮아 있다. 오래된 기록 속에서 재산의 출발점을 특정하고, 그 재산이 누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뒤쫓는 것이 아니라 재산의 법적·역사적 ‘생애’를 복원하는 일, 그것이 두 조사에 공통된 본질이다.

친일재산 문제가 다시 정책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6년 6월 2일 제정·공포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은 오는 12월 3일부터 시행된다. 2010년 활동을 종료했던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16년 만에 다시 설치되고, 친일재산뿐 아니라 그 처분 대가까지 환수할 수 있는 근거와 중요한 자료 제공자에 대한 포상금 제도도 마련됐다.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누가 숨은 친일재산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이다.

1기 조사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 168명의 토지 2,359필지에 대해 국가귀속을 결정했고, 이미 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손 24명에 대해서는 친일재산 확인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환수한 재산은 당시 시가 기준 약 2,373억 원이었다. 이번 법이 처분 대가까지 환수 대상으로 명시한 만큼 재산의 이동경로를 복원하는 정교한 자산추적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먼저 ‘친일파 후손이 가진 땅이면 모두 친일재산’이라는 식의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후손이라는 신분이 아니라 재산의 형성과 취득 경위다. 그 재산이 어떤 시기에 어떤 원인으로 취득됐는지, 친일반민족행위와의 관련성이 있는지, 이후 상속·증여·매매 등을 통해 누구에게 이전됐는지를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조사의 핵심은 ‘인물-재산-시점-취득원인-승계’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일이다. 후손을 겨냥하는 조사가 아니라 재산의 법적·역사적 ‘생애’를 추적하는 조사여야 한다.

가령 일제강점기에 A가 취득한 토지가 자녀와 손자에게 상속된 뒤 친척에게 증여되고, 다시 법인 명의를 거쳐 제3자에게 매각됐다고 하자. 현재 등기만으로는 최초 재산과의 관계를 알아내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시간축에 따른 자산추적이다. 최초 취득에서 시작해 상속·증여·매각, 법인 또는 제3자 이전, 현재 상태까지 각 단계마다 날짜와 소유자, 등기원인, 거래형태와 근거자료를 붙여야 한다. 흩어진 기록을 하나의 관계도로 연결해야 비로소 수십 년에 걸친 재산의 이동경로가 드러난다.

이 과정에는 부동산·법인 등기, 판결문, 관보, 국가기록, 공공기관 자료, 신문 아카이브와 역사자료 등이 활용될 수 있다. OSINT, 즉 공개정보 수집·분석기법도 유용하다. 서로 다른 시기의 자료를 교차검증해 인물·법인·부동산의 관계를 찾고, 과거의 기록을 현재의 디지털 검색과 데이터 분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자산추적은 현재 명의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재산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떤 경로로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특히 처분된 친일재산을 추적할 때는 제3자의 권리도 함께 보아야 한다. 특별법은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면서도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조사의 목적은 현재의 매수인을 무조건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재산의 이동경로를 복원하고 처분이 있었다면 그 시점과 방식, 처분 대가가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를 밝혀 국가기관의 판단자료로 제공하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친일재산 조사는 역사자료 분석과 부동산조사, OSINT가 결합된 고난도의 공익 자산조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익탐정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래된 등기와 토지자료를 대조하고, 최초 취득자와 현재 소유자 사이의 승계관계를 정리하며, 관련 인물과 법인의 연결고리를 공개정보에서 찾아내는 일은 강제수사권이 없어도 가능한 사실조사의 영역이다. 시민이 발견한 문서나 가족이 보관하던 토지자료, 지역의 역사기록도 다른 공공자료와 연결되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공익탐정은 이러한 흩어진 단서를 수집·교차확인해 국가기관이 검토할 수 있는 사실자료로 구조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분명한 경계도 있다. 금융계좌를 임의로 조회하거나 주민등록정보를 불법 취득하고, 타인의 계정에 접근하거나 허위 신분으로 개인정보를 얻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 탐정은 공개자료와 적법하게 확보한 자료로 재산의 이동구조와 거래 시점을 확인하고, 금융흐름 확인이나 친일재산 여부의 법적 판단, 국가귀속 결정은 조사위원회 등 권한 있는 국가기관에 맡겨야 한다. 공익탐정은 국가를 대신하는 판정자가 아니라 국가의 판단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찾아 정리하는 민간 조사전문가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탐정’이라는 명칭의 민간 조사서비스가 활동하고 있지만, 국가가 공인하는 자격과 업무범위·금지행위·감독체계를 포괄하는 공인탐정제도는 아직 법률로 정착하지 못했다. 친일재산처럼 공익성과 전문성이 함께 요구되는 조사 수요는 민간조사의 권한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신고포상금 제도도 ‘얼마를 받느냐’보다 ‘어떤 자료가 실제 환수에 기여하느냐’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단순한 풍문이나 인터넷 게시글과 토지대장·공문서·판결자료처럼 재산의 취득과 승계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가치는 같을 수 없다. 한 사람은 원재산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은 승계 자료를 찾으며, 또 다른 사람이 처분 흔적을 확인할 수도 있다. 향후 세부기준에서는 자료 제공자의 기여도를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또한 친일재산 조사가 후손 개인에 대한 낙인이나 감정적 비난으로 흘러서도 안 된다. 조사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재산의 취득과 형성, 승계 과정이다. 공익이라는 명분이 위법한 조사방법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자료의 출처와 취득 경위, 객관적 사실과 추정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에서 발굴한 자료도 국가기관이 신뢰하고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공익형 자산추적의 가능성은 친일재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체납자의 은닉재산, 공공재정 부정수급, 보조금 부정, 범죄수익 관련 공개정보 조사 등에서도 ‘재산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떤 경로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가?’를 밝히는 원리는 활용될 수 있다. 탐정에게 국가의 조사권한을 넘기자는 뜻은 아니다. 시민과 민간 전문가가 적법한 공개정보로 단서를 발굴하고, 국가기관이 법적 권한으로 확인·판단하는 협업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공권력을 대체하는 민간수사가 아니라 국가의 공익환수 기능을 전문적 사실조사가 보완하는 방식이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재출범은 역사청산이라는 오래된 과제를 현재의 조사기술과 국민 참여로 다시 풀어내는 기회다. 수십 년, 길게는 한 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명의가 바뀐 재산을 찾아내려면 국가의 조사역량뿐 아니라 시민의 제보와 역사자료,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전문적 사실조사가 필요하다.

조상 땅을 찾아주던 부동산 탐정의 기술이 이제는 역사의 빚을 찾아 국가에 돌려주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사람을 뒤쫓는 탐정을 넘어, 흩어진 사실과 재산의 이동경로를 찾아 공익으로 연결하는 탐정. 이러한 공익탐정이 시민과 국가를 잇는 전문적 사실조사자로 자리 잡을 때, 역사청산이라는 오랜 과제에도 새로운 힘이 더해질 것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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