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박지현 안타깝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29 1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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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6·1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이른바 ‘86세대 용퇴론’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오락가락’하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태도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얼굴마담’ 대표의 한계를 보는 것 같은 씁쓸함마저 전해진다.


지난 24일 박지현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키워드는 반성과 쇄신이었다.


그는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라며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시면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꾸겠다"라고 고개 숙였다.


많은 당원이 그의 용기를 가상하게 여겨 ‘박지현을 지키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고, 노웅래 박용진 의원과 같은 민주당 내 정의파 의원들까지 힘을 실어주었다.


반면 당내 주류인 강경파는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회견이었다며 박 위원장이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도 "(회견은 박 위원장)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자 박지현 위원장은 27일 2시 50분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86세대 용퇴론’에 불을 지핀 지난 24일 자신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당 지도부 모두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라며 “열심히 뛰고 계신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국민을 향한 사과가 윤호중을 향한 사과로 바뀌는 데에는 고작 3일이 걸렸을 뿐이다.


윤호중 위원장도 그날 인천 집중유세에서 "이재명과 함께 우리 민주당의 비대위원 전원은 우리 당의 혁신과 승리를 위해 하나로 일치단결해서 전진 또 전진할 것"이라며 "우리는 하나다, 민주당은 하나다. 하나로 단결된 힘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와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SNS 글과 윤 위원장의 인천 유세 발언에 따라, 대국민 호소문 발표로 빚어진 당 내홍이 봉합 단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박 위원장은 27일 인천에서 열리는 집중유세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차를 돌려 버렸다.


이유가 무엇일까?


박 위원장은 27일 오후 8시쯤 SNS에 올린 글에서 “인천 집중유세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공동유세문을 발표하자고 요청하고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거부당했다”라며 “(윤 위원장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연출하는 것은 국민 앞에 진실하지 못한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인천 집중유세에 참석하지 못하고 차를 돌렸다”라고 전했다.


윤 위원장에게 사과한 지 불과 5시간 만에 다시 그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것이다.


박 위원장의 사과로 당 지도부 갈등이 수습되는 듯했지만, 반나절이 채 되지 않아 윤 위원장이 박 위원장의 쇄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비치면서 다시 파열음을 내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박 위원장은 "저의 쇄신 제안을 받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당을 쇄신할 수 있을지 의문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사실 그가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출마할 당시에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 당 대표가 후보 등록을 했다”라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후보를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전략공천위원회가 그를 ‘컷오프’하자 박 위원장은 뚱딴지같이 “당원과 서울시민,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당내에서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마도 자신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대선 후보를 의식한 탓일 게다. 그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야 이재명 후보도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타깝다는 것이다. 젊은 박지현은 이재명이 아니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갔어야 했다. 박지현은 ‘젊은 꼰대’ 이준석보다 별로 나을 게 없다. 일전에 이준석보다 백번 낫다는 말은 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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