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다니까 진짜인 줄 알더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25 11: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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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3·9 대선을 앞두고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금지'에 대해 찬성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위헌 소지를 운운하며 “무리”라고 반대의견을 밝혀 “~한다니까 진짜인 줄 알더라”라는 과거의 발언이 소환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당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써 화제가 되자 "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로 존경해서 한 말은 아니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해명은 논란을 더 키웠다. 온라인상에선 이 대표의 발언을 비꼬는 패러디가 연이어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대장동 특검받겠다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조국 사태 사과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등 이 대표가 공언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조롱하는 글들이 잇따른 것.


대선 때는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대대적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를 약속해놓고 대선이 끝나니 슬그머니 말 바꾸기를 하자 이 패러디가 다시 등장했다.


실제로 최근 이재명 대표가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금지'와 관련해 위헌 소지를 지적하며 '출마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의 입장을 주변 인사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국민의힘 관계자가 “이재명 대표가 ‘3선 초과 금지한다고 했더니 진짜일 줄 알더라’하고 속으로 웃을지도 모른다”라고 꼬집은 것.


앞서 대선 당시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혁신위)는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제한'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초청 토론회 참석 직후 "지역구를 옮겨서 정치 혁신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라며 힘을 실었다.


지난 3월 1일에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당시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였던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단일화 과정에서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내고 ‘국회의원 3선 초과 연임 금지’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측근들에게 “위헌 요소가 있어 출마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이 국회의원 임기 제한을 두지 않은 데다, 공무담임권, 피선거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인 이 대표가 대선 전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가 이제야 알았을 리 만무하다.


어쨌거나 대선 전에는 “바람직하다”라고 평가했는데 이제는 “무리”라며 자신의 기존 발언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그러니 “~한다니까 진짜인 줄 알더라”라는 패러디가 다시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대체 이재명 대표는 왜 이렇게 자신의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이 안고 있는 ‘사법적 리스크’ 때문일 것이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발언) 혐의는 물론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등 이 대표가 넘어야 할 리스크는 첩첩산중이다.


이 대표 혼자 이 첩첩산중을 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혐의가 모두 중해서 어느 하나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찰의 기소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법률위원회와 별도로 당내 매머드급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꾸린 것은 검찰의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해 당 차원에서 이를 돌파하기 위함이다. 그러려면 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동일 지역구 4선 출마 금지'는 3선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내 3선 이상 의원은 현재 40명(6선 1명, 5선 5명, 4선 11명, 3선 23명)이다. 이 중 동일 지역구에서 3연임을 한 의원은 총 36명으로 전체 민주당 의원(169명)의 21.3%에 달한다.


이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등을 돌리면 이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치개혁이나 당의 혁신보다도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이 더욱 시급한 이 대표는 이들이 반대하는 혁신안을 추진할 수 없다. 그걸 알기에 3선 이상의 중진들도 기꺼이 ‘이재명 홍위병’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런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운운하거나 정당 혁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잦은 말 바꾸기로 이재명 대표의 말은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듣지 않게 됐다.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이재명 대표의 앞날이 어찌 될지 불 보듯 빤하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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